Chariots Of Fire
Chariots Of Fire
80년대 초쯤으로 기억됩니다만, 미친개처럼 시내 여기저기를 싸돌아다니며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방학을 소일하던중 뭔가 심심함을 달래 줄만한 것을 찾고 있는터에 바로 위 형이 신문의 tv프로그램을 뒤적이더니 주말의 명화에 '불의 전차'란 영화를 한다는데 제목이 왠지 심상찮다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시작되면서 아카데미 몇개부문 상을 수상했다는 뻑적지근한 자막은 기대를 더했고.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완전히 영화에 몰입되었지요.
예상치도 않게 우리는 횡재를 했고, 영화의 감동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그날밤 형과 나는 밤새 뒤척였습니다. 화룡점정과도 같이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주인공이 결승점을 향해 슬로모션으로 달려올때 울려퍼지는 벅찬 감동은 형언할 수 없었지요. 그렇게 반젤리스를 만났고 영화의 반은 그의 몫입니다.
얼마전 끝난 베이징 올림픽이 준 감동과 즐거움의 여운이 그 영화에 대한 추억을 새롭게 합니다.
앞으로도 심심찮게 영화나 음악 얘기가 나오겠지지만, 나에겐 그것들이 점철된 삶이며, 모든 추억들은 빼곡히 그 속에 은밀히 숨어 숨쉽니다. 거창한가요?
큰 맘먹고 만든 블로그에 어줍잖은 글 몇줄 올리고 간밤엔 들떴는데, 금새 초라함이 느껴져 아내를 재촉하여 지난 2년간 주기적으로 디카로 찍어 둔 포도재배 사진을 대충 추스려 올릴려고 쭈욱 들춰보자니 올 농삿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항상 그러하듯이 포도나무도 나도 그리 만만히 한해 농사를 마친건 아니니 내심 소회가 이는 것도 스스로 대견해 하는것도 지나치진 않지요.
올해도 난 포도나무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나름으로 애썼고, 포도나무는 어김없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얼마전 흰 면티셔츠를 구해 포도껍질로 염색을 해보았는데, 아내가 입은 품이 앙드레 김씨 말마따나 고저스(gorgeous ?) 해 보이기조차 합니다.
사진 한장 한장 속에는 경이로움을 넘어 남모르는 염려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글을 올리며 가만히 올 농사를 복기(復棋)해 봅니다.
여전히 세상사는 삼라만상의 변화무쌍함 만큼이나 대상에 대한 편견과 차별, 몰이해로 넘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험한 날씨를 이기고 꽃을 피우고 결실을 하듯, 불의 전차처럼 온갖 역경에 맞서 뜻한 바를 성취하는 모습엔 진한 감동이 흥건합니다. 고난이 없다면 삶이 너무 싱겁겠지요?
- Vangelis
덧붙여 알립니다.
제 아내는 책읽기를 즐깁니다. 그간 읽은 책소개를 틈틈히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