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상속

대낮의호롱불 2009. 1. 29. 09:02

상실의 상속 - 키란 데사이 - 이레

 

인도출신 작가가 2006년에 쓴 소설로 2006년 맨 부커상을 받았다. 저자가 밝힌 집필목적이 '서구적인 요소가 비서구적인 나라에 도입될때 무슨일이 일어나는지(식민지 시절의 인도)'와 '인도와 미국의 새로운 관계에서 또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부유한 나라로 데려다 놓으면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세계사이의 불균형은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 변화는 나중에 개인적인 영역과 정치적인 영역에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쓰는 것이었단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것들은 오래된 주제지만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적절하다. 과거는 현재를 알려주고 현재는 과거를 밝혀준다' 였다.

 

히말라야 산중도시 칼림퐁, 미국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를 배경으로한 소설인데 칼림퐁에서 일어난 고르카(네팔인 - 우리가 구르카족이라 부르던)민족해방전선(GNLF : Gorkha National Liberation Front)이 벌인 투쟁이 큰 소재를 이룬다. 이 또한 영국 식민지배가 가져온 안타까운 현실이다. 칼림퐁 근처 다르질링의 차 재배를 위해 영국인들이 데려온 네팔인들이 그대로 남아 분쟁이 씨앗이 되었다. 인도인이면서 귀족답게 또는 서양인답게 살고 있는 사람들, 하층민들, 히말라야에 기대 살아가는 여러 소수민족들, 그리고 네팔인들.인도 하면 느껴지는 그 약간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이미지가 이 소설에서도 보여진다. 광활한 국토, 수많은 카스트, 종교, 그에 따른 갈등, 그리고 언어들. 그런 이미지들이 인도인이 아닌것 같은 소녀의 시각으로 다시 한번 보여진다. 

 

부모를 잃고 수녀원 기숙학교에서 외할아버지 집으로 오게된 소녀. 영국에 유학한 인도 행정청 판사를 역임한, 열등감이 건강하게 풀어지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변해버린 전직판사 외할아버지, 힌두어를 쓰는 그들의 요리사, 여기다 자기들만의 울타리 경계속에 애써 남들(하층민들)과 구분하고 구별짓고 살아왔던 사람들. 영국의 식민지배가 가져온 부끄럽고 혐오스런 과거와 함께하는 또 거기에 묘한 동경을 가진 그들. 그들이 애써 무시하고 살았던 사람들의 분노가 가져온 소요. 물론 여기서는 배경이 히말라야 산중도시라 네팔인들로 한정이 되었지만 인도전역에서도 가능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도 만약 일본의 식민지배가 더 지속된뒤 해방되었다면 여기서 묘사된 여러 인물군상들 또한 마찬가지로 많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상실의 상속이란 제목의 상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구의 문명이 변화시킨 인도의 전통, 자존심 그런것(나쁜 구습말고)이 아니겠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