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Tashauna
대낮의호롱불
2009. 4. 8. 21:15
날이 더워지니 날 선 긴장감이 촛물 녹듯하여 한낮은 몽롱하다.
단동 일을 하다 하도 더워 출입문도 활짝 열어 놨더니(측창은 방조망이 대어져 있다)
뭐가 그리도 궁금했던지 산비둘기 한마리가 안에 엉겹결에 들어와 통 나갈 길을 못찾고 허둥댄다.
산비둘기는 원앙만큼 금슬이 좋은지 흔히 두마리씩 같이 노니는게 목격된다.
해가 뉘엿뉘엿해 문 닫을 시간은 다 되가는데 여전히 이 놈은 딴전만 피운다.
다 닫고 밤 늦게 열풍기라도 돌면 냄새도 그렇고 성하지 않을 듯 싶어 밖으로 내몰려 해도
겁에 질려 왔다갔다 정신을 못차린다. 꾀를 내어 말아놓은 방조망이 눈에 띄어 구석에
몰아넣고 고기 그물치듯 훠이하고 던지니 털 몇개만 흩날린채 순순히 내 손아귀에 잡혔다.
한손으로 날갯죽지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살포시 가슴을 감싸 안으니 그 놈의 콩닥거리는
아니 쿵쿵거리는 심장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체온은 얼마나 따뜻하던지. 그리고
잠시지만 붉은 눈동자도 촛점을 잃고 얼마나 당황해 하던지. 그래 네 생사여탈권은 내게 있도다.
조심스럽게 비닐하우스 밖에 나와 쓰다듬듯 만져주고 날려주며 잘가라 했다.
스팅의 If you love somebody, set them free를 올릴까하다 제목만큼 노래의 격이 따라주지 못해
(난 폴리스만 좋아한다) 이 노래로 대신한다.
내일도 쑈는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