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재배사진방

델라웨어 GA 2차처리 시작

대낮의호롱불 2009. 4. 22. 23:53

 

 이제 좀 포도 같아 보이나요. 내 경우 지베렐린 2차 처리( 알 비대 목적)를 개화 시작된지 근 한달이 되어서야

겨우 하게 되니 정상적인 스케쥴보다 열흘 이상이 늦다. 개화가 어느정도 끝나야 일일이 신초가 겹치지 않도록 정리하고 포도송이도 가지런히 정리한후 송이에 붙은 꽃들을 깨끗이 털어내고 하자니 별수 없는 노릇이다.

농사도 다 제 스타일, 성질대로 짓는 것이다. 여하튼 곡절속에서도 잘난 놈도 못난 놈도 꿋꿋이 커간다.

 

 포장내에서 가장 먼저 꽃피고 가장 먼저 자란 포도송이. 보기 좋게 적당이 송이가 차간다. 포도는 통상 2중 S자형으로 비대하는데 경핵기 전까지 1차 비대가 이루어지고 연화기를 거쳐 착색기 무렵에 다시 포도알이 급격히 커간다. 지베렐린 처리한 포도는 생육단계 구분이 다소 모호하지만 그래도 단계를 거칠건 다 거친다.

식물은 낮에 살찌고 밤에 자란다. 사람도 그런가?  난 가끔 낮에 놓치기 쉬운 것은 일삼아 으슥한 밤에 나가 후레쉬로 가만히 포도를 관찰하기를 즐긴다. 오로지 전등빛에 의지해 조용히 바라보면 포도나무가 내게 뭔가 느낌을 전달하는듯 해서 거절할 수가 없다. 육체적인 일은 수확전까지 갈수록 줄어 들지만 재배 난이도는 갈수록 높아져서 긴장감은 더 커진다. 최종 목표인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신초의 세력조절이 필수적이다. 다른 과수농사는 문외한이라 비교가 어렵겠지만 포도농사는 간단해 보이지만 잘익은 포도송이를 가위로 스윽하며 자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정 착과량을 조금만 오버해도 힘이 부처 잘 익지않고 조금만 모자라도 포도순이 고개 숙이지 않고 계속 나가 양분이 열매에 집중이 안되면 이 역시 제대로 익기 힘들다. 

농부의 역할이 큰 농사이다. 주변에 흔히 수십년 포도농사를 지어도 생육상태를 제대로 진단 못하거나 제 욕심을 다스리지 못해 낭패보는 일이 허다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 포도가 그 포도지 하면 더 할말 없지만  제대로 새빨갛게 익은 포도를 수확하는 일은 결코 녹녹치 않다. 특히 델라웨어처럼 홍색계통의 포도가 더한것 같다. 이는 캠벨이나 MBA처럼 흑색계포도에 비해 안토시아닌 함량이 적어 착과량이 과다하거나 수광상태가 좋지않으면 충분히 당분이 올라 제 빛깔을 발현하며 익기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주변에 포도송이의 10-20%만 따 내버려도 제대로 익은 포도를 뿌듯한 마음에 수확할텐데 그놈의 돈이 뭔지 포도가 안익는다고 하소연하다 때를 놓치고 더 많은 포도를 따버리든지 더 양심불량인 작자는 그저그런 덜 익은 포도를(난 쓰레기 포도라 부른다) 양상군자처럼 슬그머니 시장에 내어  비린내 나는 돈과 바꾼다.

자부심을 흔쾌히 돈과 바꾸는 작자와는 더 할 말이 없다. 한마디로 잘났건 못났건 때가 되면 익어야 한다.

기술 기술하는데 포도농사의 최고의 기술은 포도를 버리는 일이다. 버릴 줄 아는자가 진정한 농부다.

 

 아내께서 친히 블로그에 사진 올리기 위해 지베렐린 2차처리 모습을 시연하시다.

고마워요. 포도농사 짓느라 얼굴에 주근깨도 잔뜩하고 피부도 엉망이던데 돈 벌면 박피시술 받을 비용을 어떻게든 마련해 볼께요. 그리고 좋아하는 과일도 많이 사다 대령할께요. 붙박이처럼 밭에서 포도만 쳐다봤는데 콧구멍에 바람쐬도록 여비도 마련해 볼께요. 영화관은 아니더라도 인터넷으로 미뤘던 영화도 같이 보자구요.

 

 지베렐린 2차처리는 1차처리와 달리 포도알이 어느정도 커있는 상태에서 바로 흡수될수 있도록 처리해야 하므로 포도알 주변의 온도가 20도 이상이고 볕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해 처리후 바로 마를 수 있을때 처리해야 얼룩이 생겨 품질을 훼손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측면 환기가 될수있는 오전 늦은 시간부터 해지기 수시간 전에 하루 일과를 마쳐야 한다. 오늘은 일찍부터 볕이 좋아 9시부터 4시 조금 넘어까지 20여주 처리함.

처리가 빠짐이 없도록 마주보며 침지후 일일히 포도송이를 손으로 다시 털어내고 나무도 흔들어 처리액이 포도알에 맺히지 않도록 한다. 교과서적으로 희석액은 1차처리 양의 3배정도를  쓴다지만 내 경우는 늦게 처리되어서 1차의 거의 예닐곱배 이상을 사용한다.

 

 비닐하우스 안에 웬 빨래?

손을 치켜 들어 컵이 넘치도록 처리되므로 종일 옷이 축축하다. 구름이라도 많이 낀 날은 으실으실 춥기까지 하다. 겉옷이 이 지경이니 처리액이 팔뚝을 타고 흘러 런닝셔츠랑 빤쮸까지도 다 젖었다오.

앞으로 일이 끝나는 너댓새 동안은 아무리 게을러도 우리 샬람(사람) 매일 샤워 해야 돼요~

내일은 더 예뻐지는 거야아. 으응..

 

 한때 재밌게 봤던 외화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 죽은 나레이터 메리 엘리스 영이 언젠가 의미심장한 얘기를 하던데. 누구나의 집에건 감추고 싶은 더러운 빨랫감이 있기 마련이라고.

여보. 갈아 입을 빤쮸 좀 더 넉넉하게 사놓아야 겠어요.

 

 단동 삼색포도중 생육초기에 동해를 입어 꽃도 미이라가 된 노스블랙. 내 가슴도 녹아 문드러졌다.

 

 노스레드 개화 모습. 요즘 단동에 들어 가면 향긋한 포도꽃 내음이 진동을 한다. 냄새까지 전달하지 못함이 그저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이다. 언젠가 궁리해서 해결해 볼 작정이다. Is It possible?

일전에 코스닥의 모업체가 냄새까지 전달하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해서 한 건 해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포도가 입으로 들어가기 전 일체의 과정을 보고 맡고 느낀다면 더 가치로와지지 않겠능겨?

 

 청포도 세네카 개화 모습. 대략 절반 이상이 개화 중인데 다음주까지 이어질 듯하다.

아직 수정이 잘 되어 제대로 포도알이 착립되었는지는 알 수 없어 조심스럽다. 조심조심해도 델라웨어가 그랬으니 보는 마음이 즐겁고 편하지는 않다. 아무튼 일단은 포도알이 잘 맺히는게 중요하다.

 님을 봐야 뽕을 따든 말든 할것 아닌가.

 

 풀을 베기 전인 지난번에 찍은 개구리 사진. 얼마나 날렵하게 지렁이를 잡아 먹던지. 놀라워요.

청개구리군들은 포도잎 그늘에서 노닥거리니 좀처럼 찾을 수 없고 이 놈들은 올 들어 부쩍 마릿 수가 늘었는데 이번 예초기로 풀베면서 수차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날뛰다 몇 놈은 장렬히 전사했다. 쯧쯧.

오늘도 사진이 많아서 말이 많았네요. 담부터는 쬐금씩만 올립죠.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