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재배사진방

당도 측정

대낮의호롱불 2009. 5. 23. 23:14

 

 어제 찍은 사진이다. 일제 당도 측정기이다. 전에 직장시절 식품연구소에서도 이걸 쓰는걸 봤다.

 

 빨갛게 익은 포도알을 따서 으깨어 포도즙을 바른후 한눈을 부릅뜨고 옹하고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하듯 보면 안에 당도를 가늠하는 눈금과 수치가 보인다. 푸른색 기운을 띄는 곳과 흰부분의 경계가 측정치이다.

재어보니 약 19.5브릭스 정도다. 아직 수확 시작이 좀 더 남았고 서두르지 않고 잘 살펴서 수확하면 당도는 20도정도는 되겠다. 오로지 식구랑 둘이서 수확작업을 해야하므로 수확 시작 열흘쯤이 넘어서면 일이 밀려 당도는 이보다 더 오른 상태에 이른다.

 

 포도는 다른 과일과 달리 후숙되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완숙된 것을 골라 수확해야 한다.

오뉴월 삼복더위에 할딱거리는 강아지 혓바닥처럼 빨갛게 익어야 델라웨어다. 

첫 수확하기 전에는 애타게 바둥바둥 익어가던 것이 몇송이만 따더라도 그뒤론 가속도가 붙어 온통 새빨개진다. 내내 팽팽하던 힘겨루기가 어느 순간 한쪽으로의 쏠림으로 허망할 정도로 끝나버리는 줄다리기처럼.

나를 포함해 상당수의 사람들은  한동안의 이런 지리한  순간들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 학생이 이 글을 본다면 이처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학습의 고원기( 高原期)를 인내심을 갖고 잘 견디면 좋은 결과가 분명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계를 극복해야 비로소 한계를 안다.

  일이 손에 안잡히고 하우스에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끊은 담배랑 술 한잔이 절실히 생각나는  하루였다.

그제 말한게 맘에 걸려 이를 지키려고 컴퓨터에 앉았지만 마음이 어수선하여 통 생각이 나질 안는다.

다음에 해야겠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이 오히려 얼마나 힘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