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재배사진방

포도주 담그기

대낮의호롱불 2009. 7. 16. 23:39

 

 결국 예외없이 평균에 수렴하는가. 봄 가뭄이 심각해 올 장마는 비가 잦겠구나 짐작은 했지만 벌써 해 본지가 언제인지 싶다. 가물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더니 잦은  비바람에 두문불출하자니 생체리듬도 엉망이다.

단동 포도도 며칠째 수확을 못하여 한쪽에선 열매가 터지고 있고 따자니 물이 스며들어 포도맛이 싱거워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똥마려운 강아지꼴이다. 어제는 비예보가 있는데다 갑작스런 일로 아내가 서울을 다녀오느라 일을 못했고 오늘은 일찍 기침해서 조금이라도 따려니 신새벽부터 예보에도 없는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이내 폭우로 돌변한다. 허허. 참나. 비 쫄딱 맞고 하우스 나가 지붕 열어 놓은것 닫고 돌아와 아침부터 멍하니 하염없이 내리는 비 구경했다. 꼬인다 꼬여.

 

 연동에 여분으로 심겨진 MBA를 다 익을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오후에 나가 익은 것으로 수확.

우리가 먹을 것들이라 송이다듬기를 대충했더니 송이가 큰것은 700-800그램은 예사로 나간다.

총 70여송이가 달렸는데 얼마전에 두어송이는 따서 입으로 들어가고 오늘 딴 것만 50여송이쯤 된다.

 

 이미 올 초부터 이놈들로 포도주를 담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아내는 술 담근다니 집을 나설때부터 곁에서 계속 툴툴거린다. 애써 모른체하고 올해 꼭 해봐야 할 일이라고 사명감까지 부여해줬지만 약발이 약하다. 약해.

결국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나머지 스무송이 가량은 별도의 결재없이 알아서 드시라고 떠넘겼다.

콘테이너박스에 담긴 것이 목표한 30kg에 조금 못미치는 29kg인데 이걸로만 하기로 했다.

( 옆에 있는 복숭아는 단동 포도밭 남는 터에 복숭아 두그루를 제작년에 심었는데 작년엔 다 익기도 전에 모두 낙과하고 올핸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각각 열댓개씩 달려 있는데 먹어보니 달고 육질도 쫀득쫀득한게 씹는 맛이 있어 딱 내 스타일이다. 품종은 경봉이라나.)  

 

 집에 돌아와  포도를 씻지 않고 포도알만을 따서 담글 통에 담았다. 먼지가 좀 뭍긴 했어도 어차피 농약은 사용하지 않은데다 별도로 효모를 넣지 않으니까 발효가 잘 되게 하기위해서는 열매 표면의 자연효모가 씻길 염려가 있어 씻지 않고 그냥 담근다. 포도주 발효 시작전 파쇄액의 부패방지용으로 잡균을 제어하기 위해 아황산염(피로아황산칼륨)도 넣는다던데 그것도 생략하기로 한다. 담글 통은 난 전통 장독을 쓰자고 우겼는데 2차발효를 위해 덜어내고 어쩌고 할때 성가시다고 그냥 플라스틱 김치통에 하잔다. 계속 툴툴거림이 진정되지 않고 관계당국의 협조가 미온적이라 알아서 기냥 꼬리내리고 하라는 대로 하기로 함.

 

 한참을 손목이 뻐근할 정도로 열심히 포도알을 으깨 놓은 상태. 금새 즙으로 변하니 체적이 확 준다.

보통 1차 발효시 담글 통의 3/2내지 최대 5/4이내로 채워야 발효 가스도 나가고 한다던데 너무 휑하여 3통을 2통으로 합하니 대충 그 정도씩 통에 담아진다. 문제는 괜찮은 포도주가 되려면 당도가 22브릭스 이상은 되어야 발효과정중 식초로 변하지않고  알콜함량이 13%정도의 포도주가  된다는데 이 포도만의 당도를 평균 18브릭스로 봐도 당분이 많이 모자라 4브릭스이상을 더 높이기 위해 도리없이 설탕을 약 1.2kg을 넣기로 했다.

( * 저도 처음 하는 포도주 담그기이니 혹 포도주를 담그시려면 좀더 공신력있는 자료를 참조하세요.)

참고로 제가 가진 책자를 인용해 간단히 포도주 발효원리를 설명하면 가령 당분 100g중 57g만이 알콜로 바뀌고 나머지 43g은 탄산가스로 공기중으로 유리된다는군요. 따라서 당도가 22도인 포도를 사용하면 22 x 0.57 = 12.5%의 알콜을 가진 포도주가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근데 문제는 알콜함량이 11%미만일 경우에는 세균이 발생하여 발효과정 중에 또는 발효 후나 보관 중에 식초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언더스탠?

 

 면으로 된 흰 천으로 두르고 뚜껑을 살짝 덮어 부엌 한켠에 고이 모셔 놓음.

기회가 되면 다음 과정도 올리기로 하고 여러분께옵서도  포도주가 잘 만들어 지길 기원해주시길.

잘되서 대략 20리터정도의 포도주가 나온다면 어디 나 혼자 아내 눈치보며 날밤까며 뻗도록 다 마시겠어요? 

혹 모르죠. 의기양양해서 여기저기 나눠준다면 여러분 중의 누군가가 받으실지도. 이번 포도주 담그기가 그럴싸하게 되면 다음엔 세네카로 백포도주도 담가볼 참이랍니다.

여전히 음악서비스는 원활하지 않은데 기왕 포도주 얘기가 나왔으니 이 꿉꿉하고 야심한 밤에 April Wine의 Just Between You & Me를 들어 보시면 좋을텐데.  나만 이런 노래 좋아하나?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