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를 원망말자
날이 더워 책장의 책을 몽땅 치워 바로 바깥과 바람이 통하도록 한 틈새로 방안에서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마당에서 쉬고 있는 앞집 진돗개를 조심스럽게 한 컷.
진돗개 기질상 이부종사하지 않고 비록 가끔 주린 배를 채우러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을 배회하거나 (우리는 빈한한 살림에 용케도 생선이라도 먹을라치면 흰둥이 너 먹으라고 대가리나 뼈에 붙은 살은 부러 대충 발라 먹는 것 알기나 하냐 짜샤.) 오늘처럼 낯선 사람들이 찿아와 자유롭게 쉬지 못하여 우리집으로 피신와 쉴지언정 우리가 수차례 오요요요하며 한번 잘 사궈보자고 내미는 친교의 제의도 애써 외면하는 그대의 충직함을 내 어찌 원망하리오. 내 그대의 꼿꼿한 삶에 경의를 표하오.
고교시절 친구와 우연찮게 본 무협영화의 진수 '유성호접검'은 오바마도 감동먹었다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가 주는 감동과 재미에 견주기에는 쬐금 부족함이 있어도 아직 내겐 근사한 영화로 기억이 선하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활약상과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은 차치하더라도 방주에게 진 은혜를 갚기 위해 만사제치고 십수년을 한결같이 볕 한뼘 안드는 동굴속에서 만약에 올지도 모를 한순간의 위기에서 탈출을 돕고자 오분대기하는 이의 초췌한 모습이나 위기를 벗어나는 방주의 모습을 목격한 자식들조차 후한이 없도록 죽이고 부부도 자결하는 것을 볼때는 순간 섬뜩하다 못해 내 머릿속에 번개가 내리치는 충격이었다. 옴마야.
( 덧붙여 할 말이 쪼매 있었는데 표현력도 부족한데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이도 있을듯 싶어 가뜩이나 후덥지근한 날씨에 화이바에 스팀 안오르도록 심각한 얘기는 여기서 스톱. 꽝 다음 기회에! 근데 거창하게 수십년전에 본 무협영화를 들먹이며 바람 잡다가 끝내려니 좀 아쉽다 그쟈? 어디 한마디 더 찌끄려 봐? )
결론은 의리있게 차카게 살자는 말쌈. 지키기 힘들면 베컴처럼 온몸에 칼로 그셔 새기던가.
( 추가: 아내께옵서 이 사진도 꼭 올리라는 하명이 계서 한컷 더 첨부합니다. 쯧쯧 개만 보면 사족을 못 쓰니.)
개 풀 뜯어먹는 모습 보셨나요? 앞집은 깜냥에 청결하게 사신다고 풀보는 즉시 제초제로 조져대니 개가 속이 불편하면 지저분한 우리집에 마실온 겸사로 이슬 맺힌 풀을 골라서 뜯어먹는다.
허튼소리를 하면 개 풀 뜯어먹는다고 얘기들하시는데 알고보면 자기보호를 위한 메카니즘이 발동해서 하는 꼭 필요한 행위라구요(장청소,진통제.구충제 성분 섭취 목적?) 여러분도 혹시 지금 개 풀 뜯어먹는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자신을 너무 한심해 하지 말아요. 다 제 몸과 마음이 무의식에 갈구하는게 아닐까요.
어째 촌놈 말이 위안이 되신 분이 좀 계시나요. 손들어 보셔. 몇분이나 되는지 좀 헤아려 보게. 미투,미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