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발효 마침
7월 22일에 2차 발효통에 옮긴후 오늘로써 열흘쯤이 지난 지금 통안의 기포 발생이 멈췄다.
1차 발효를 마치고 건더기를 제거한후 2차 발효통에 옮긴 직후에도 맹렬히 발효가 진행되어 바닥에서 쉼없이 기포가 발생하여 여분의 조그만 2L생수통 뚜껑이 연신 들썩거리는데 한말짜리 생수통은 통안에 기포가 생기는데도 에어록을 통해 가스 유출이 확인되지 않아 다른 틈새로 공기가 통하는 듯하여 뚜껑 주변을 랩으로 단단히 감싸고 에어록 삽입부위를 궁리끝에 촛농을 떨어뜨려 주변으로 공기가 새는 것을 막자 조금 지나서 가스의 압력으로 떡방아치듯이 에어록 안의 차단 뚜껑이 쉼없이 들썩거린다.
왕성한 발효로 인한 기포발생은 4일동안은 가열차게 진행되더니 이후론 잔잔한 마무리가 지속되었다.
거품이 어디까지 비등했는지 통안의 지저분함이 여실히 잘 보여준다.
바닥에는 앙금같은 침전물들이 가라 앉았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씩 덜어 마셔보면 색도 뿌연 느낌에다 미각이 둔한 나조차도 아직은 맛이 썩 깔끔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도 발효를 마쳤으니 술로서의 본래적 기능은 갖춘 셈이다. 마셔보면 심히 알딸딸하다. 난 그다지 발효주를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주변에 같이 술 마실 이가 없어 끊은 셈이 되었는데 그래도 이 놈들을 바라보니 든든한 마음에 흡족하기까지 하다.
2차 발효를 마친후 최종 숙성을 위해 걸러 다른 통으로 다시 옮기기 전에 부유물들을 좀더 침전 시키기위해 약 열흘내지 2주가량은 좀 더 두는게 좋단다.
어때요. 이 정도면 뇌쇄적이지 않은가요? 잔 속으로 온 몸을 던져 퐁당 빠지고픈 유혹이 들지 않나요?
(찬장을 뒤져보니 포도주잔이 없어서 도리없이 누군가가 선물한 브랜디잔에 담았으니 이해해주시길.)
뇌쇄적(惱殺的)이란 표현을 쓰고 나니 학창시절 친구들끼리 농으로 뇌살적인 뭐라며 일부러 장난치곤 했는데 수년전 방송을 듣는데 어느 진행자가 공공연하게 뇌살적이다라고 표현을 연신해대 고소를 금치 못한 적도 있었고, 오래전 영화배우 이x희가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당시 선수였던 김재박을 김재전( 왜 프로야구 협회는 경우없이 한자로 적어가지고)으로 불러 곁의 MC가 급히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꼴을 봤었는데 이제는 그 꼴을 안보고 사는 세상이겠죠? 우리말조차도 잊혀지고 뒤틀려서 쓰는 세상이니까.
이제 이 술은 조만간에 숙성이 될텐데 꽤 긴 시간을 견뎌 성숙한 맛을 과연 내가 제대로 분간할지가 문제로다.
결국 세상사 문제의 상당부분은 다 내 안에 있는 꼴이군.
그럼 포도주 얘기는 숙성 시킬 통으로 옮길때 다시 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