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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강아지

대낮의호롱불 2014. 1. 26. 21:18



  얼마전 모싸이트에 올려진 이 연탄강아지 사진을 보자마자 감격해 마지않아  따로 저장해 두고 기분이 꿀꿀할때면  이 사진을 본다. 연탄공장에서 데려온 강아지라는데 강아지의 사뭇 어색진지한 포즈에 보태어 연탄가루가 터럭들사이에 알알이 박혀 북극의 오로라의 광휘를 휘감은 듯한 신비함을 발하니 마치 어린왕자의 환생을 보는 느낌이다. 고단한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흐의 신발 그림과 비교한다면 무리일까, 


  오래전 한때 직장시절 유럽에 다녀왔을 적의 일이다.

우리 일행이 이태리를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할 즈음  집 떠난지 벌써 열흘쯤이 되자 업무는 둘째치고 이구동성으로 좀 개운한 우리 음식 좀 먹어봤으면 하는 바람 뿐이었다. 

수소문끝에 외곽의 조용한 주택단지를 끼고 있는  교포가 하는 서울식당이란 곳을 용케도 찾아가 거의 현지화된 우리 음식을 놓고 소주에 취해 보는 호사를 누렸다. 다음날 의례 스페인에 온 기념으로 투우 관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이곳 사람들도 대부분 싫어하는 잔인한 꼴을 왜 돈주고 보려하십니까 하여 급기야는 마음이 확 바뀌어 에이 하며 그만큼어치를 더 소주로 온몸을 적시고야 말았다.

다음날 떡대가 강호동 만큼은 되어 보이는 스튜어디스들의 다소곳한(?) 서비스를 받으며 남부의 알리칸테에 도착하여  업무를 보았다. 이곳이 해안도시이긴 하지만 우리가 찾아간 곳은 내륙쪽에 접한 건조하고 약간은 황량한 느낌의 사막지대였다. 난생 처음보는 아몬드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는 모습을 우리가 신기해하며 보고 있는데 나무들 사이에서 웬 사내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말론 브란도처럼 유달리 하얀 골 패인 런닝셔츠차림으로 한손으로 해를 가리며 우리를 뜨악하게 쳐다보는 그 뒤로 보이는 사막 언덕에서 나는 마지막 야간비행에 나섰다가 불시착한(실제로는 터키 어디라지요) 생텍쥐베리가 그곳에서 만난 어린왕자랑 여우를 데리고 나에게로 다가오는 환영을 보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작년 여름엔 거의 매일을 상추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래도 상추가  남아돌자 아내는 상추다이어트를 한답시고(이런 불손한 표현은 삼가야 하는데..) 커다란 양푼에다 비빔밥을 맹갈어 먹었는데 내가 보기에 다이어트효과는 물론 없었다.

좀더 날씬해졌다면 아내가 가끔 읍내에 다녀오는 길에 누군가가 자꾸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자기를 쳐다보더라는 둥의 말이 입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마주치는 옆집 개의 심드렁한 태도로만 봐도 뻔하다.


  이참에 혹자는 전에 올린 글을 보고 마치 내가 엄처시하에 주눅 들어 사는 양 오해하는 분이 있는 듯한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바로잡습니다.

그집 남편이란 작자는  칠칠치 못해 마누라한테 매일 조석으로 쓰레빠로 맞고 산다더라는 둥 말대답하다 원펀치 쓰리강냉이가 되어서 말할때마다 바람소리가 휘휘나더라는 둥의 악의에 찬 표현은 삼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 이런 수준의 해명으로는 약하다구요?

알았습니다. 네네. 

근데 제가 무슨 7인의 사무라이도 아니고 말빨이 먹혀야지요. 네? 누나만 믿으라고요?

알겠습니다.네네.

네? 자꾸 치킨 생각나니까 네는 그냥 한번만 하라구요?

알았어요. 네.


  지난 가을까지 내내 좋았던 상추시세가 년말에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에 소비부진과 맞물려 시세가 좋지못하다.

 상업농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재배하는 작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겠지만 거기에다 재배하는 작물의 가치변동에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변함없이 성실히  재배에 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상추처럼 싸이클이 짧은 품목은 그만큼 가격등락이 심해 다분히 도박적이어서 혹자는 마지막 농사라고도 하던데 기대이상의 시세가 나오면 빨리 상추 따서 돈 만져야하는데 도대채 왜 밤이란게 있는지 모르겠다며 빨리 날이 새기만을 기다린다는 즐거운 비명이 있는가 하면 기대이하 이면 가차없이 밭을 갈아 엎는 걸로 봐서는 돈의 힘이란게 농사 본연의 가치보다 우월하기 일쑤여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다보니 운이 좋으면 형편없는 끝물의 수확물이 가장 품질이 좋을 상태의 수확물보다 몇곱절 더 비쌀때가 잦아 농사를 잘 지으려는 마음보다 투기심에 사로잡히니 이게 농부인지 투전판을 기웃거리는 놈팽인지 분간이 안간다. 

아무튼 진력을 다해 통일를 위해 매진해야할 대통령깨옵서도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식의 통일되면 대박이란 말씀을 서슴없이 쓰시던데 우리사회에 만연된 대박이라는 한탕주의가 버젓이 주된 가치로 스스럼없이 대접받고 있는게 천박을 넘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럼 나도 시류에 살짝 발 담궈 미쉘 오바마가 찜한 상추, 바흐의 음악을 몹시 좋아하는 상추, 몽클레어를 입고 자란 상추,휴고 보스가 디지인한 상추, 프리메이슨을 꿈꾸는 상추, 하루키가 샐러드 해먹을 뻔한 상추,

람보르기니하고도 못바꾸는 상추 등  이딴식으로 이름 붙여 팔면 더 비싸게 살려나? 

조만간에 상추를 과시적 소비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제가 애청하는 ebs세계테마기행 멕시코편을 보자니 데킬라술 빚는 과정을 보고 꼿혀서 아내를 졸라 일병 구입해서 방금 한잔 하고서 쓰는 글이라 뻥이 좀 있어도 양해바랍니다. 근데 안동소주만큼 깔끔하진 못하네.)


* 황송하고도 고맙게도 그간 몇몇분들께서 제 블로그를 방문해서 친구신청을 하시는데 아무에게도 수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제가 건방진 탓도 있겠거니와 고지식해서 친구가 된다함은 상대방에게 항구적인 관심을 갖고 교류해야하는데 자신이 없어요. 내 맘대로 내 편한대로만 살순 없잖아요. 이해해주세요. 

대신 행여 힘들거나 쓸쓸해서 제 블로그에 오셨다면 이 말 만큼은 꼭 전해주고 싶네요.

우리는 이미 행운의 블랙스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