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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me take you far away

대낮의호롱불 2015. 11. 27. 21:56


겨울 문턱에 함박눈이 내린 오늘에야 어울리지않게 얼마전 순천 송광사랑 순천만에 다녀온 사진을 올린다.

우리 결혼기념일 즈음에 동전을 모아 둔 돼지저금통을 깨니 8만여원이다. 조금 보태어 집을 떠났다.


내가 농사 짓는 땅만 바라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사람들이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는지가 늘 궁금하다.

상추농사는 단조롭고 고단하다. 여름엔 자람이 빨라 따라잡으려면 파김치가 된다.

게다가 올여름도 꽤나 길고 더워 비닐하우스 안의 열을 빼느라 북쪽 위에 제법 큰 환풍기를 새로 달았는데 팬이 바람을 맞으며 돌자니 묘하게 영낙없이 비행기 프로펠러 도는 소리를 낸다.


나는 상추를 따며 유체이탈 하여 창공을 난다.

말 타고 초원을 신나게 내달리는 유목민들이 보이는 몽골을 가기도 하고 빽빽한 시베리아 침엽수림 사이로 개썰매를 타고 온통 하얀 눈밭을 달린다.

다자키 쓰쿠루의 걸프렌드가 살고 있는 핀란드를 지나 한번 스윽 보면 다 기억하는 유능한 조수 베아테 뢴을 둔 죄책감에 알콜에 절어 사는 해리 홀레반장이 사는 노르웨이에 다다르니 풍광이 사진보다도 선명하고 상쾌하다. 

아래로 가볼까.

아래로 갈수록 사람들이 많다. 인도의 힌두인들은 자신들의 신을 찬미하기 위해 사원에 꽃도 바치고 가게 앞에 온통 꽃장식을 했다. 어릴적 감꽃을 모아 실에 꿰어 두르는 식이다. 근데 꽃만 덩그러니 모아둔 것보다는 줄기가 있고 잎도 함께 있어야 완전체 아닌가. 과연 그들의 신들은 좋아할까.

사람들이 지닌 섬김의 정신은 겸손과 감사에서 온걸까 비굴에서 온걸까.


하지만 가미가제처럼 파일럿이 로망인 한 서양 소년이 중국 하늘을 나는 일본 비행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이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듯한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이 떠오르자 소름이 돋아 생각의 나래를 접는다.



승보사찰로 유명한 이곳이 행락철이기도 하고 특히나 일요일이어서 사람들이 많던데 경내가 소란스러워 사진 찍기도 조심스럽다.

아니 스님들도 어쩌면 내키지는 않지만 세속의 소란함을 즐길거야. 그래야 적막과 고독을 알테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모여 살며 관계를 맺고 사회화 한다. 가치를 공유하여 규범을 만들고 자신의 존속만큼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가 바람직하게 유지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긴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는가.


왜 내 눈에는 세상이란 악한 것들이 버릇없이 여기저기 마구 싸질러 놓은 것들을 선한자들이 허둥거리듯 겨우겨우 수습하며 가까스로 버텨지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춰질까.


한때는 피아가 명료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대로라면 그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근데 그가 권력에 눈이 멀어 3당합당을 하는 바람에 물타기도 모자라 그들의 화려한 부활의 자양분이 되었다.

적어도 미필적 고의다. 그의 젖을 먹고 자란 것들이 하는 짓들을 봐라.

이 나라가 그들만의 나라인가.


보조국사 지눌의 부도탑


이곳이 초행인지라 담벼락 옆의 키작은 오죽들을 처음 봤다.



갈대밭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한참을 걸어 전망대에 오르니 순천만 풍광이 드러난다.

인파들을 보고 적잖이 놀랬다. 이순신 장군을 도우러 강강술래 하러 나온 줄 알았다.


   Shine on you crazy diamond !


쪼잔하게 살지 말자구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4악장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