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재배사진방

돌아온 삼돌이

대낮의호롱불 2009. 9. 28. 23:30

 

 깨 팔러 집 나갔던 삼돌이가 돌아왔어요.

그간 포도재배 영농일지가 소홀했군요. 뭐 그닥 궁금해할 것 같지도 않아서 안 올릴까 하다 블로그를 만든 취지를 벌써 망각하고 제멋대로 구는 것 같아 머릿속은 벌집처럼 복잡해도 그간 일을 간단히 올려봅니다.

 

   포도 수확을 마치고 며칠 쉬다 풀을 베고(일찍 벤 것은 벌써 다시 자라 또 베기 시작했음) 며칠전 단동의 비닐을 벗겨냈다. 점적호스로만 물을 주니 포도나무 주변만 물이 가 통로는 바싹 구운 스콘빵조각처럼 쩍쩍 갈라졌는데 어제 그제 비를 촉촉히 맞고 활력을 찾아가는 듯하다.

 

 올 여름 '목포는 항구다'라는 주옥같은 노래로 온 들판을 흥건히 적셨던 진원지인 앞 논의 앙상한 철재와 무성한 풀들이 사정없이 참새떼들을 불러 모으니 깔깔대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못해 적막함을 덜어주니 반갑기조차해 급할 것도 없어 일 하다말고 쭈구려 앉아 도대체 놈들이 몇이나 될까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헤아려 본다. 여러분도 힘힘하시면 잠시 쉬어가는 의미루다가 나랑 같이 한번 세어볼까요.

하나, 둘, 셋,.... 쉰 둘, 쉰 셋... 에구에구

띠바, 차라리 콘텍600을 세고 말지.

 

 전에도 우스개로 말했듯이 농사가 잘되면 농사가 쉬워 보이고 농사가 안되면 그렇게 어려워 보일 수가 없는게 농사다. 마냥 뒷짐만 지고 있기에는 올 결과가 형편없다. 분기탱천해서 눈 부라리고 뭔가를 더 해야만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애써 평상심속에서 내린 판단이라 생각하고 올 수확후에는 맘 먹고 그간 미룬 일을 했다. 2,3중 하우스 파이프를 각각 20,30㎝씩 잘라 높이를 낮췄다. 겨울 보온시에는 유리하지만 봄철 온도가 오를 때는 자칫 고온 장애의 우려가 있어 미뤄 오다  무엇보다 비닐 씌울 때 고생이 벌써 염려 되어 더 미룰 수가 없었다. 꾸준히 운동을 하지만 한번 상한 허리가 쉬 나을리 만무하다. 더우기 추분이 지나고 해가 많이 짧아져 자전거 탈 시간도 여의치 않아 급기야는 LED전조등을 켜고 밤길 농로를 달리는 기분이 마치 교교한 달빛아래 수면위로 올라와 여유로이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가 된 듯 하고 R.E.M의 nightswimming을 듣는 듯한 기분이다. 온통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다 별안간 어느 인가에서 들려오는 똥강아지의 자지러지는 절규가 허공을 가를 때에서야 비로소 벌써  이 촌구석의 붙박이가 된 나 자신을 느끼며 소스라친다.

 

 

 일의 순서를 정할 때 가끔은 중요하지만 덜 급한 일은 자꾸만 뒤로 미뤄지기 일쑤이고 오히려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서둘러 해야 하는 일로 일과가 꽉 채워지다 제 풀에 꺽여 기진맥진하기가 다반사 아닌가.

올 농사가 성에 차지 않으니 온통 급하고 중요한 일로만 여겨진다. 그중에도 여전히 내겐 물관리가 어렵고도 중요한 숙제이다. 스프링클러를 한동당 한줄씩 늘였는데 살수폭이 실제와 달라 조금씩 모자라니 매번 물을 줘도 물이 가지않는 곳이 제법 되어 중간에 한줄을 더 넣을 작정으로 관수자재점을 찾았는데 마침 지금 것보다 살수폭이 넓은 일제 스프링클러가 있다기에 몇개를 샘플로 얻어와 실제로 테스트 해보니 흡족하여 일을 더 벌이지도 않고 스프링클러만 교체하여 간단히 묵은 고민을 해결하니 기분이 실로 방방 뜬다. 

성급하지만 이 문제 해결만으로도 내년은 적어도 올해보단 조금이라도 더 나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여전히 한낮은 덥지만 가을이 차츰 깊어져 간다. 여름 풀 들은 차츰 사그라들고 겨울을 날 풀 들이 새로이 돋고 있다.  머잖아 누렇게 익은 들녘은 추수를 마치고 하나 둘 비어져 가겠지. 아이고 세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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