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겨울전정이 시작되었다.
그간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신경이 여간 가는 일을 종일 하자니 고단하다. 11월은 많은 이가 피할 수 없는 성장통처럼 겪어야 할 중요한 시험들을 치뤄야 하는 달이기도 하고 나 역시 을씨년스런 겨울의 길목인 11월에 사실상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는 의미만으로도 그 각별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개인적으론 아내 탄신기념일에다 결혼기념일도 있군요 )
11월을 화사함이나 발랄함이 가득한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다면 틀림없이 로또 대박을 맞았거나 철부지이거나 정신병자일게다.
벌판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계절의 변화만으로도 영화 'Gloomy Sunday'가 절로 생각나는 때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작년 이맘 때보다 몸 컨디션이 나아져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작년엔 아마도 더 이상 농사를 못 지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금새 나락에 떨어질 것만 같아 힘들었는데...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여름에 담은 포도주를 담을 자재를 주문한 것이 도착해 있다. MBA로 담근 적포도주는 숙성기간이 1년이상 필요하다니 내년 농사 마치고 까발리기로 하고 세네카 청포도로 담은 백포도주는 시간이 되는데로 이달말께쯤 병에 담아볼 참이다. 물경 9만여원에 달하는 자재( 공병 24병, 간이 코르크 충진기, 코르크마개 50개, 수축필름(캡슐) 100개 )를 막상 받아 놓고 보니 두가지 고민이 앞선다.
포도주 숙성통을 열어 병에 담기 전에 시음했을 때 혹여 맛이 기대 이하이거나 변질되었을 경우의 당혹감과 그럭저럭 괜찮아 병에 담긴 했는데 지인들에게 보낼 마땅한 방법이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기대하기로는 그간 내 블로그를 기꺼운 마음으로 찾아와 마음속으로 격려해 준 이들에게도 적지만 성의를 표하고 싶은데 그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궁즉통(窮卽通)? 안되면 마음이라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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