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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를 찾아서

대낮의호롱불 2012. 6. 11. 21:52

 

델라웨어포도 수확이 막바지라 오늘은 일찍 마치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집에 돌아왔다.

최악의 경우는 넘겨서 다소 안도하는 마음으로 올 농사를 되짚어 보는 중이다.

여전히 반복되는 실수가 있었지만 새롭게 느낀 점도 있어 마냥 잘못된 것만도 아니다.

게다가 블루베리 묘목을 그럭저럭 키우고 있어 당초의 계획에 좀 더 다가서는 듯하여  위안이 된다

독서백편 의자현하는 심정으로 매일 마당의 블루베리를 지켜보고 있다.

점차  델라웨어와 이별할 시간이 가까와지고 있다.

 

요즘은 취업이 우선시되는 살벌한  세상이라 지성의 전당인 대학조차 인문학을 홀대하는 경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양과목으로 배운 문화인류학은 무척 재밌는 강의였다. 그 강좌가 없었다면  말리노프스키란 사람을 어찌 알았겠는가.

여지껏 쉰이 넘도록 관계의 이해에 무지하다, 농사에 입문한지 15년이 넘었건만 모르는 것 투성이고 30년도 더 된 우정도 덧없다. 그래도 난 미싱 링크를 찾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좀 서운하게 살다 가면 그만이다.

풍요 속에서 허우적 대면서도 늘 배고파 하기보다는 헛헛하게 살면서도 냉수마시고 헛기침하는 이가 차라리 그립다. 

 

과수원집 아들에게 시집 가고플 정도로 과일을 유달리 좋아하는 아내가 작년 여름 모처럼 대형할인점에 들러 눈에 띄어 말로만 듣던 흑토마토(쿠마토) 1상자를 사와 그 중 씨앗 몇개를 남겨 두엇다가  뒤안에 키운 것이 다행이 이만큼 자랐다. 종자육성법(?)에 저촉되는 일이겠지만 관계자는 눈감아 주길 바란다.

벌써 가시오이도 몇개 따먹었고 곧 토마토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원예는 재밌어,

음, 케시 베이츠 나오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생각나는군,

 

수확을 기다리는 양파군들.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물살의 깊은 속을 항구는 알까....

말의 집착을 벗어나려고 가요는 의식적으로 피했건만 수없이 들어 반사적으로 생각나네.

그래도 난 말을 아끼며 방송하는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이 좋아. 모두들 연예인이 되려고 지랄발광이잖아..

( 너부터 줄여라?)

 

할머니의 모성애가 이길 것인가 너의 충성심이 이길 것인가.

작년 여름 솥으로 들어간 아롱이 후속타로 진돗개 삘이 나는 옆집의 멍멍이가 벌써 늠름하게 자라 집을 지키고 있다. 할머니가 네게 열심히 사료를 공급하긴 하는데 너와 눈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느낌이 들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멍멍아, 말복이 8월 7일이더구나. 부디 무사히 런던올림픽이 끝나길 고대한다.

만약 올 여름을 넘기고 선선한 바람 돌면 분명 할머니는 대처의 딸네에 머무르기 위해 출타할 텐데 그때 사식 많이 넣어주마. 견뎌라, 견뎌야 하느리라.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