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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 레프트? 오어 라이트?

대낮의호롱불 2015. 1. 17. 23:55


골목 입구에서 내 차소리를 듣고 좁은 문 틈새로 필사적으로 우리를 반기던 흰둥이도 지난 가을 낙엽따라 어디론가 갔다. 


작년 봄 토마토가 하나 둘씩 익어가고 수확의 기쁨을 학수고대 하는터에 웬걸 서선생이 먼저 시식한 흔적이 보여 급히  나비에게 당분간 우리 하우스로 파견근무를 요청을 하였다.  그간 돌봐 준 정을 봐서라도 거절은 안하리라 여겼는데 짜식이 정색하고 내게 말하길  하루 한번씩 제공 되던 멸치를 1일 2회로 늘리고 마릿수도 회당 최하 10마리 이상이며 주당 2회이상은 조기나 등푸른 생선을 별식으로 제공하란다,

하여 나는' 아~ 그럼 되꼬. 차라리 내가 해결 하마. 인연이 되면 나중에 또 보자' 하였다.

내 말을 알아 듣기나 한것 처럼 사라져 한참동안 나비를 보지 못했다. 

바쁜 와중에도 집안에 들어설 때마다 두리번 거려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내가 심하게 굴었음을 자책하였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나비는 초췌한 모습으로 식솔들을 거느리고 내앞에서 발을 모았다.

우리를 거두어 주소서. 나는 답하지 않고 먹을 것을 내어 주었다. 아내도 토달지 않았다.

그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아내가 새초롬히 나비에게 널 가끔은 돌봐 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기대마라 했더니 어느날 부터는 우리 눈치 보느라 혼자 나타나서 멸치를 주면 먹는 시늉만 하다 한참 모습이 안보이더니 제 새끼들을 데려와 먹인다.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어쩌면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자 선의 기원은 모성애이며  악의 기원은 사이비 모성애일거라고.

요즘은 새끼들이 성장해서 독립채산제로 돌아선 후로 혼자 집에 들리니 대함이 수월하다.


금년 농사가 시작되었다. 블루베리 전지를 하며 다시 토마토를 심기위해 준비중이다.

그리고 또다른 일도 날 기다리고 있다.

나는 무척 게으른 농부이고 농사를 잘짓지도 못한다. 하지만 내심은 늘 아주 잘 하고 싶어 부담이었는데 몇해전 부터는 그냥 잘 하자 맘먹으니 내가 일을 하는지 놀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분방하게 일한다.

아직도 아마츄어리즘을 지향하며. 마치 야구를 좋아하던 내가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뚝 끊었듯이.

자기합리화와 자기최면의 일환으로 그래도 일이 시작되면 정신을 집중하고 몇가지를 뇌까린다 :

나는 농사가 잘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가

이번이 마지막 농사다. 

 파레토의 법칙을 상기하며 100%를 다하지 못해도 핵심적인 20%를 놓치지 말자.

그리고 나비효과를 연상하며 나의 사소한 판단 동작 하나가 머잖은 훗날  쑈킹한 결과가 옴을 기억하자.

하하 겉으로는 여유부리듯 말해놓고 속은 너무 비장한가? 각성을 위해 그냥 그런 생각을 해본다는 거다.


블루베리 농사도 몇년이 넘다보니 맘에 드는 품종이 있고 그렇지 못한 품종도 있어 목하 고민중이다.

게다가 재작년에 새로 구입한 남부계 신품종 3종(카멜리아,레벨,수지블루)이 듣기로는 숙기도 빠르고 열매도 크고 수세도 강건하다하여 잔뜩 기대하고 올해 제법 열매가 달렸는데 결국은 수확을 거의 포기하고 따는둥 마는둥 했다.( 묘목 공급업체를 비난하는게 아니고 개인적인 판단임을 밝힙니다,)

이건 마치 완강히 버티며 끌려오기를 거부하는 토종붕어를 낚는 손맛을 보러 갔다가 허우대만 멀쩡하지 허연 뱃살을 드러내며 맥없이 끌려오는 떡붕어를 건져올리는 기분이랄까.

여지껏 키운게 아깝지만  신품종 3종을 포함한 몇몇 품종은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세상의 모든 여배우들이 까뜨리느 드뇌브나 니콜 키크더만이나 캐더린 제타존스나 안졸라나 졸리나 같다면 무슨 재미겠는가.캐시 베이츠도 있어야 하고 메릴 스트립도 있어야 하고 엠마 톰슨이나  줄리엣 비노쉬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여름 알음알음으로 판 블루베리 반응도 기대이상 이어서 무척 고무 되었는데 누구에게서 내 블루베리를 선물 받고 크고 맛있어서 구입할까 전화한 나이 지긋한 여인이 내게 묻기를  유기농 재배 블루베리인데 열매가 크니 믿지 못하겠단다. 분명 무농약인증 표시를 했음에도 구별을 못하는듯 해서 유기재배와의 차이점을 알려주고 크기의 차이는 품종이나 전지 강도(착과량)와 재배 기술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말했건만 애써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굳이 내 생각을 덧붙여 밝히자면 소위 자연 그대로의 재배가 아닌 다음에야 유기재배 역시 화학비료나 농약의 남용을 경계하고 품질과 생산력을 유지 위해 유기질 비료로 대체함에 불과한데 그 구별이 필요해서 선을 그어 놓으면 사람들은 최상의 것인 양 그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내보기에 정신병적 집착이다. .

그 사람들은 아프면 약도 안먹고 병원도 안가고 치료를 위해 산속으로 달려 가는가. 식자우환일세.

나는 그냥 재배한 못난이 사과를 간단히 행궈 씨만 빼고 껍질채 매일 아침 한쪽씩 먹는지 꽤 오래다.

( 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겪은 농부의 문제점과 소비자의 문제점을 올려 보도록 하죠 )


맛있게 저녁밥을 먹고 있는 며칠전 아내는 부산 사는 처형의 전화를 받고 하소연 듣느라 밥알을 제대로 못넘기는 듯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평소 허물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오랜 이웃들인데 모처럼 만나  이야기중에 영화 국제시장 얘기가 나왔고 처형은 별뜻없이 그 영화 별로 보고 싶지 않던데 하니까 대뜸 힐난 하듯 좌파시군요 하더란다. 쯔쯔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우두커니 서있는 나도 그럼 나도 좌파 되는 거임?

  그렇다면 이쯤에서 기분전환용으로 30년도 훨씬 전에 형과 함께 킬킬대며 봤던  썬데이서울을 능가하는 본격 성인만화의 효시 박수동화백의 만화 '고인돌' 중 한컷을 떠올려보도록 하자.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의 파라솔 밑에 피서 온 한무리의 비키니 차림의 아낙들이 보인다.

사내는 아가씨들을 꼬실 양 몸뒤로 상어꼬리 비슷한 장식을 한채로 근처 바다로 뛰어 들어 허우적거리며 아낙들에게 소리친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낙들의 리더가  말한다. 애들아 가서 구해 주자.

촤악 촤악 물살을 가르며 아낙들이 사내에게 접근한다.

이때 사내는 다시 고함친다. 으악  죠스가 내 다리를 물었다.

레프트?

아니.

그럼 라이트?

아니.

그럼 뭐? 미들?

응.

(급히 방향을 선회하며)  얘들아 돌아가자 볼장 다 봤다.


 오전에 퇴비를 펴며 이루마의 골든디스크를 듣자니 모처럼 Crowded House의 Don't Dream It's over가 흘러나오더군요.  

(사실은  글 제목을 당초엔 '레스토랑 클라투'라 적고 끄적거리려다 얘기가 샛길로 빠져 제목을 적당히 다른 걸로 고치고 쓰는 겁니다. 그건 다음에 기회되면 적을랍니다. 어차피 의미를 둔 글쓰기가 아니니까.)

그럼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