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전지를 겨우 마치고 지난해 보다 한달 반가량 당겨 다시 대추토마토를 2월 11일에 정식했다.
일조량이랑 일조시간이 부족한 시기에 육묘되어 35일 육묘한 것인데도 상태가 좋지 못하다.
게다가 정식후에도 자주 음천이 지속되어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당초 토마토 정식후 밀린 일을 각개격파식으로 처치하려 했건만 자꾸 미뤄지고 마음은 토마토 밭에 머무르니 일이 제대로 될 턱이 있나.
정식후 약 20일 경과. 활착은 했지만 연약하게 웃자라는 경향이 있어 여전히 안도하지 못한다.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여겨질때 진력으로 심사숙고 하며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자꾸 늦어지면 생각은 더 많아지고 나아가 자신의 판단마저 믿지 못하고 자신감을 상실한다.
일단 슬럼프에 빠지면 빠따도 짧게 잡아보고 폼도 교정하고 빠따도 다른걸루다 갈아보고 그래도 안되면 눈썹도 밀고 머리도 백고로 치고 평상심을 찾기위해 산사를 찾아보지만 좀처럼 원래로의 회복은 더디기만하다.
무난하게 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어릴적 무척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동네 형들이랑 두패로 나누어 놀이나 운동을 할때면 늘 비싼 값에 거래(?)되어 몇살 위의 형과 맞먹었다.
내가 놀이의 성패를 결정짓는 이른바 키플레이어 였기에 편을 나누면 내가 영입 일순위였다.
초딩 4학년이 되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체육시간에 기본적인 체력 측정을 했는데 내가 날렵하고 달리기를 잘한다는 이유로 당장 자신이 지도하는 육상부에 가입시켰다.
방학때도 학교에 나와서 연습을 해야 했고 겨드랑이에 책을 끼고 시건방지게 교정을 어슬렁거리는 고전읽기반 애들과 가끔 마주치면 내심 부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나를 내리 3년간 맡으며 지도했는데 5학년 후반부터 학교대항 육상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6학년이 되자 육상부주장으로 몇몇 반원을 데리고 한달에 한번꼴로 치뤄지는 대회에 출전하였다.
하지만 난 늘 야구가 하고 싶었고 언젠가는 야구부 코치 동의하에 유니폼을 입고 연습을 하다가 선생님께 들통나 하교후 운동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 틈에서 유니폼이 벗겨진채 속옷차림으로 해질때까지 서있던 적도 있었지만 하늘같은 선생님에게 불평할 수 없었다.
시합에 나가면 우선 적당한 크기의 단단한 작대기로 크라우칭 스타트를 위해 땅을 파서 발디딤판을 만드는게 중요한 일과의 시작이었다.
잔뜩 웅크린 상태의 묵직한 긴장감, 그리고 총소리와 함께 내달릴 때 코끝을 스치는 화약냄새...
대회에 참가하면 아침부터 100미터 예선 준결선 결선. 200미터 예선 결선, 400미터 계주 예선 결선, 던지기 넓이뛰기,(가끔)높이뛰기, (종종)1000미터 달리기를 맨발로 하루에 다 소화해야 했다.
해질녁 모든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발바닥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었다.
난 단거리선수라 100미터와 넓이뛰기,던지기에는 좋은 성적을 냈는데 100미터 달리기에서는 매번 2등이나 3등 입상이었다. 검정운동화도 귀한 시기에 정말 쇠붙이가 달린 런닝화를 신은 친구를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래도 대회에 참가한후에 조회가 있는 날이면 3천3백여 제군들 앞에서 단상에 올라 학교의 명예를 높였다고 상장을 받는 걸로 갈음하였다.
두더지가 멀칭비닐을 마구잡이로 찢고 벌집처럼 쑤셔놔 토마토가 시들시들하다.
두더지야, 대화로 풀자. 너도 설마하니 어릴적에 주린 배를 채우느라 수돗물 먹고 정신이 홱 돈 놈 아니면 차근차근 대화로 풀자 응?
가을이 되자 폴리우레탄 (?)트랙이 깔린 공설운동장에서 대망의 시체육대회가 열렸다.
당근 스탠드에는 자기 학교선수를 응원하는 학우들로 꽉 차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다.
평상시대로 일정은 소화 하였지만 나는 지쳐 있었다. 선생님은 내게 피날레를 장식하게 1000미터 오래달리기에도 참가하기를 종용하였다. 이제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 갈 즈음 나는 최선을 다해 1000미터 달리기를 하다 트랙을 두바퀴 돌 무렵 발바닥이 너무 아프고 지쳐 그만 기권하고 말았다.
단거리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듣고 다음날 혼자 수업도 못받고 걷지도 못할 상태로 학교 운동장을 100바퀴 도는 벌을 받았다.
맨땅에 맨발로 달리는 건 참아보겠는데 폴리우레탄 트랙에서 맨발로 달리자니 발바닥에서 피가 나고 연기가 날 지경이던데 지금 하라면 아직도 그게 될까?
그 선생님은 나를 무척 아꼈지만 성장한 이후로 찾아가지 않았다.
생명이 뭔지 버리기로 한 블루베리 레벨 중 두그루를 노지와 비교하기 위해 가온시설이 마련된 토마토밭에 뒀더니 꽃이 피고 열매맺기 시작한다.
난 너희들만 보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어.
그나저나 탐화봉접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벌레 먹어 생육이 부진한 몇몇 포기는 곁순을 채취해 뿌리 내린 걸로 교체하였다. 좀 늦었나?
벌써 열매가 꽤 컸다. 한달후면 맛볼 수 있을듯.
마지막으루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우리를 즐겁게 한 박수동화백의 만화 한컷을 더 떠올려 보도록 하자.( 노 모어 )
아해들이 길을 가다가 산신령님을 만났다.
야, 산신령님이닷. 산신령님 호랑이랑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해와 달이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허허, 그런 유치한 거 물어보지 말고 좀 어른스런 질문을 해보거라
( 머리를 맞대고 쏙닥쏙닥)
있잖아요, 산신령님 3백살 맞죠?
응, 그런데?
그럼 아직도 그게 되나요?
뭐가?
다 아시면서. (일제히 목젖이 보이도록 소리높여)
에쓰
이
엑쓰.
자, 그럼 정리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골라 해당되는 번호를 찍으시오(마흔이상 참가 가).
1. 난 당근 아직 되쥐. 뭘 그런 질문을 다. Styx의 I'm O.K
2. 아흐 3년만 젊었더라면. Cher의 If I Could Turn Back Time
3. 내가 아즉 되긴 되던가? manfred Mann's earth band의 Question
4. 헷갈리게 뭘 이런걸 물어? E.L.O.의 Confusion
5. 경지를 넘어선지 오래야. NirVana의 Come As You Are
난 모처럼 1번곡 들어봐야쥐~ 노여워 마소서.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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