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해서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봄바람이 매섭긴해도 태풍에 비할 바는 아니어서 올 수확이 끝나는 7월 상순께 비닐을 벗기고 하우스를 손볼 예정이었는데 지난 일요일 밤새 부는 강풍에 느낌이 좋지않아 잠못 이루고 퀭한 낯으로 아침에 나가보니 비닐하우스 두동의 비닐이 찢겨 바람에 요란한 소리를 낸다. 오매 이를 어쩐다냐.
한동은 비닐만 조금 찢어진 상태라 바로 다음날 수습했는데 나머지 한동은 대부분이 찢긴데다 스프링을 고정하는 패드가 엉망이 되어 급하게 새로 패드를 대고 이튿날 비닐을 씌우는데 바람이 몰아쳐 밑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아내를 뭐랄 수도 없고 타잔처럼 파이프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겨우 겨우 비닐을 씌우고 한시름 덜었다. 2중 비닐을 벗기지 않은 상태라 작물의 피해는 덜했다.
책임질 위치에 있는데 정작 큰 일이 생겨도 뒷짐만 지고는 후안무치하게 골든타임 운운하지 마라.
나는 온갖 풍상을 견뎌낸 낡고 늙은 것(존재)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산다는게 그리 녹녹치 않아 살다보면 별의별 꼴을 다 보아 넘겨야 하듯이 한번 농사도 별의별 일들을 겪어야 마쳐지기가 다반사다. 아무튼 나의 안일함을 반성한다,
토마토는 현재 8단 화방 개화중이다.
다음주에 적심을 할 예정이고 이제 수확을 시작해야 하니 하우스 주변 예초도 해야 하고 출하자재도 준비하고 작업대랑 선별기도 손봐야 한다. .
게다가 지난달에 이빨 네개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느라 수시로 치과도 들락거려야 하니 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제대로 씹지 못해 수확도 하기 전에 이미 살이 몇키로 빠져 거울을 보자니 뭉크의 절규를 보는듯 하다.
그래도 다 견뎌야 하느니. 아무튼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는 것에 감사하자.
다음주부터 약 두달간의 수확이 기다리고 있다.
약속한 대로 제 토마토를 맛보고 싶은 분들을 선정해서 일곱분에게 3키로 토마토 3상자씩을 보내 드리려 한다. 앞서 농예가 운운하며 말을 거창하게 해서 좀 부끄러운데 토마토 맛에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생각해봤는데 편견없이 선정하기 위해 일단 댓글로 신청하는 분의 휴대번호 뒤 4자리를 적어 신청하면 이달 말까지 마감해서 5월 첫째주 토요일(5월 7일)에 선정되신 분을 고지하고 선정된 분들은 비밀 댓글로 받으실 분의 성함, 주소, 휴대전화번호를 제게 알려주면 5월 3주경(5/15일 전후) 택배로 보낼 예정이다.
괜찮겠죠.
( 보내는 날자를 정확히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루에 수확 포장하는 양은 거의 정해져 있고 제 단골들이 꽤 되는데 그분들을 우선하고 나머지는 공판장에 일정 물량을 보내야 하니 따로 보내는데 약간의 시차는 생깁니다.)
자, 지금부터 준비하고~ 쏘세요. 소박한 행운을 확 낚으세요.
휴대번호 뒷자리 4개를 댓글로 적어 신청하세요.
제 마음 흔들리지 않게 구구절절 토마토 맛봐야 할 사연을 늘어 놓는 것은 지양하시고 쿨하게 숫자만 적으세요.(너무 삭막한가?)
그리고 선정 되셔서 토마토 드신 분들의 아부성 멘트도 노땡큡니다.
그럼 4월 30일까지 신청 받고 5월 7일에 선정자 7명을 고지합니다. 커밍 쑨.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