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Had A Dream

대낮의호롱불 2008. 10. 24. 15:12

Had A Dream

 

 

  한바탕의 악몽이었으면 하는 일들이 속절없이 벌어지고 있다.

평상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눈과 귀를 다 틀어 막고서 어디 동굴속으로라도  들어가야 하나.

농사 지으러 이곳에 내려온 이듬해 가을에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시작한 이후 실로 많은 아픔이 있었고,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뉴스를 접할때 마다 마치 난 용케도 선견지명이 있어 환란을 피해 유유자적하는 도인이 된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으니까.

일년쯤 지나자, 농산물 가격도 전보다 더 형편 없어지고,  방울토마토 농사도 접었다. 근근이 이어지는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은 사람들을 보며 이정도는 견뎌야 한다고 자위했다.

평생 황후의 밥에 걸인의 찬을 먹을 지언정, 가치를 따지기 전에 제 할 일이 있고 떳떳이 살다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세계적인 위기란 점과 정작 지진의 진원지인 미국보다 우리와같은 주변의 이머징 시장의 타격이 크리라는 우려를 하던데, 그래도 희망은 불과 십여년 전에 이미 혹독하게 학습한 것을 반추해서 대처한다면 잘 극복되리라 기대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나저나 며칠 있으면 벌써 음력 시월이고 날이 차가와 지면 포도나무 전지부터 시작해서 본격 농사 준비에 들어 가야한다. 그동안 날이 따뜻해 자꾸 미뤄진다.

우선 재배 작형을 결정해서 내년 언제쯤에 수확이 시작되도록 스케줄을 잡아야 할지 부터가 마음이 서질 않는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 전쟁 와중에도 들녁에서 묵묵히 소를 몰아 밭을 가는 농부를 보며 한국의 밝은 미래를 예견했다는 어느 종군 기자의 말이 생각 난다. 

  The show must go on.

 

  일을 하러 비닐하우스에 가자 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기둥에 매달린 온도계를 처다 보는 일이고 그 다음이 친구가 준 오디오(지금은 라디오 기능만 됨)를 켠다.

일을 하는 동안은 종일 음악을 듣는다. 널따란 들녁이고 근처에 사람이 없으니 마음껏 볼륨을 높인다. 내가 누리는 큰 특권이다.

대부분 클래식을 듣는다. 이 습관이 벌써 십 수년째다. 단, 성악곡이 몇 곡 이상 계속 나오면 다이얼을 돌린다.

 내게는 한  U2 백 파바로티 안 부럽다.

클래식 애호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아무리 마리오 란자건 도밍고건 프리츠 분들리히건 난 길거리서 껌 좀 싶을 것 같은 자유분망한 신디 로퍼나 반항에 찬 엘라니스 모리셋 노래가 차라리 낫다.

 

  비가 개고 구름 속의 하늘은 더 파래졌다.

오래 전에 잠시 가 본 스페인의 코발트빛 하늘은 CF 찍을때 화면발은 잘 받을지 몰라도 거기 하늘 아래서 좀 더 있다간 정신분열자가 될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갑자기 피카소의 그림과 까뮈의 뫼르소를 이해할 것만 같은 심정이었으니까.

身土不二

볼륨을 높여 Roger의 노래를 듣고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독여야겠다.

혹시 모르지. 묵묵히 일하다 보면 하느님의 calling을 듣게 될지도.

 

                                                                   

                                                                 -  Roger Hodg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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