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재배사진방

포도주 담그기 중간 점검

대낮의호롱불 2009. 7. 21. 19:42

 

 어제 찍은 사진인데 포도를 터트려서 통에 담아 놓은지 약 나흘된 시점이다. 보통 포도알을 으깬지 1.5 - 2일후부터 발효과정이 시작된다고 하는데(물론 온도조건이 맞거나 별도로 포도주용 효모를 추가하면 좀 당겨지기도 하겠지만)  사흘간은 통을 열어보지 않고 발효가 시작되었는지 킁킁 냄새만 맡다가  은근하게 알싸한 냄새가 부엌 주변을 휘감는 듯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침을 꾹 참고 어제부터 통을 열고 하루에 두 번씩 부풀어 오른 껍질층을 주걱으로 눌러 포도껍질의 당분과 색소가 다 침출되도록 하고 있다.

허허,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지요.

 

 발효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탄산가스가 발생하므로 그 냄새로써 알 수 있겠거니와 통속에 즙과 껍질이 분리되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 으깬 껍질덩어리가 가스때문인지 부욱하고 솟아 오르고 덩어리 표면에 기포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지금 생초보자인 것을 새까맣게 잊고 제대로 알고 지껄이는지나 모르겄네. 위험하오니 절대 따라 하지 마시오!  책임 못지니 꼭 전문가와 상의해서 하세욧.)

 

 정히 눈도 코도 못 믿겠다면 떵인지 된장인지는 세치 혀로 핥아보면 될 것을.

무릎을 꿇고 조신하게 부풀어 오른 층을 꾹꾹 누른 다음 주걱으로 즙을 살짝 떠서 쩝 하고 맛을 보니

달착지근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멀국이 목구멍을 통과한 후에 약하게 술기운이 돈다.  아직도 달달한 맛이 남아 있다는 것은 효모가 당분을 이용하여 알콜로 바꾸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즉, 발효가 다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구요.

오호 놀라워라. 아 근데 이것이 미라클인지 미라젤(?)인지 이 글을 쓰기 시작 조금 전에 검시관이 된 기분으로 확인차 맛을 살짝 보니 혀를 감도는 맛이 반나절만에 단맛은 거의 싹 빠져 나가고 말마따나 포도주 그대로의 드라이한 맛이 온전히 전해 오지 않겠는가. 괜찮아요. 느낌이 아주 좋아요. 그렇다면 급격한 1차 발효과정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아유, 어쩜 색깔도 이리 고운지 몰라. 꺼억, 나 취했어. 한잔 빨았다고.

  모르긴해도 여지껏 상당수의 분들이 기초없이 까지셔서 포도 사서 농약이랑 오물 씼는다고 빨래판에 빨래 박박 문지르듯 정성으로 포도를 씻고서 다다익선식으루다가  설탕을 듬뿍 처넣고서 단단히 밀봉한후 한참을 지난 뒤 꺼내 진짜배기 포도주인냥  흐믓하게 쭈욱 들이키셨거나 아니면 이렇게 하는 것도 모자라 혹자는 급한 성질머리 누를 길 없어 허발나게 가게로 냅다 내달려 깡소주 잔뜩 사와 통에 붓고 귀한 포도 덥썩 담은 뒤 손 툴툴 털고 간단히 해치워 방구석에 처박아 놨다가 힐끔힐끔 눈치보며 땀이 삐질삐질 나오도록 참고 또 참다못해 집에 누가 찾아왔다는 핑계로 마땅히 대접할게 없다는 둥 떠들더니 와락  통을 열어 제쳐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기쁜 마음으로 포도주맛 쐬주를 벌컥벌컥 드셨겠지. 오매 좋은 것. 다음 장면은 안봐도 비데오지. 짬뽕술 기타제제주를 밤새 들이켰으니 골은 패고 타는 목마름에다 속은 쓰려 신음을 토하며 드러 눕다 급기야는 밤새 그렇게 울어대던 소쩍새 소리를 간간히 들어가며 먼동이 튼 줄도 모르고 온 방안을 박박 기셨겠지.

어째 생각 좀 고쳐 먹고 촌놈과 함께하는 근사한 포도주 담그기에 동참해 볼라우? 근데 나도 초보라서.

혹여 나를 따르라 하더니 어라? 이 산이 아닌가벼 하면 그땐 어쩌 실려고. 자고로 뭣도 모르는 놈이 말은 많은법.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그냥 포도로 보내 달라는 부탁도 있고 간만에 포도로 대신 마음을 전할 이도 있어 따로 포장한 삼색포도.

막상 포장하니 겉보기는 그럴싸해도 올 한해 워낙 이놈들 때문에 속이 상해 내년에도 이 포도 구경이나 할지 나도 몰라. 2키로 상자로 출하하는데 택배로 보내기는 여의찮아 1키로용 델라웨어박스에 담고 별도로 만든 택배박스에 6키로씩 담아 보낸다.

한번 택배용박스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보낼때 영 융통성이 없어진다. 작년에 친구에게 보내니 헤헤 거리며 땀흘려 애써 지은 포도를 뭐이리 많이 보냈냐고 하는데 쨔샤 나도 아까와 조금만 보낼려고 발버둥을 해도 박스규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잖아. 포도도 포도지만 기분좋게 받으라고 내 돈으로 택배비까지  물어가며 보낼 땐 세상이 허무혀! 세라비(C'est la vie). 세상에 공짜 없더라.

 

 계속 될때까지 이 악물고 해야 하나 과감히 때려 치우고 다른 걸로 해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아휴, 나도 갑갑하면 어디로 마구 가고 싶어져. 어디서 용케도 Jeremy Spencer Band의 Flee라도 들으면 좀 위안이 될텐데. 혹 이 노래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나요?  보컬 좋고 키보드소리 일품이고.  

그럼 이만 다음 기회에. 마눌님께서 저녁 먹으러 셋 셀때까지 안오면 굶긴다니.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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