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사진방

서울 나들이

대낮의호롱불 2009. 11. 1. 19:14

 

 지난 수요일. 발효를 마친 쌀겨띄움비중 세 컨테이너 박스(30키로정도)는 광에 두어 내년 봄에 쓰기로 하고 나머지는 일용차에 담아 동마다 드문드문 포도밭에 살포하다. 향긋한 냄새가 쥑인다. 나무들아, 니그들은 좋겠네. 오후늦게부터 담날 오전까지 충분히 관수(약25m/m관수). 새로 교체한 스프링클러로 빠짐없이 밭에 물이 가니 흐믓하기 그지 없다. 이로써 유박퇴비, 썰포마그(작년엔 과해서 생략), 입상붕사, 쌀겨띄움비(맥반석은 작년에 넣어 올해는 생략) 를 넣어 밑거름은 다 넣은 셈이다.  추비용 유기질 액비는 내년에 만들기로 한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 기분도 훨씬 나아졌다. 마치 잘 차려진 밥상머리에 앉아 숟가락만 들면 될것 같은 시건방짐이 금새 솟구친다. 야야. 어디 농사가 그리도 만만하디?  왜 그래. 프로답지 않게.

 

 금요일. 내일이 조카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좁은방 한켠의 행거에 대충 걸려 십여년간 놀던 양복들은 좀이 슬어 엉망이 되어 지난주부터 근심이 좀 있었지만 앞으로 격식차리고 얼굴을 비쳐야 할 데가 더 생길 듯하여 큰 맘 먹고 새로 양복을 구비할겸 미리 부모님을 찾아뵐겸 하루 일찍 상경하기로 한다. Ten Years After라 치자. 머리를 박박 문대어 1차로 손톱밑의 때를 없애고 아직도 남은 것들은 칫솔질로 확인사살하여 다소나마 컨트리풍에서 어베인하게(?) 모습을 바꾸는 작업이 필히 선행되어야 양복차려 입고서 덜 쪽팔리겠다 싶어 은밀히 작업을 마치고 오전에 집을 나선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리봉동에 가서( 80년대 학창시절 집이 구로공단역 근처였고 복학한 중반무렵엔 교수님들 연구프로젝트인 도시여성근로자 실태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몇몇이서 여름방학 내내 구로공단 과 인근 쪽방촌과 청계천  영세 피복제조업체 및 성남의 상대원동 일대를 오가며 조사한 적이 있다)  가산 디지탈단지에 있는 매장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다 결국 M아울릿에서 싼 것들은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내 형편에는 과분하게 전에 입던 C모모 양복으로 뽀대나게 차려 입고 인천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식구들과 헤어져 시월의 마지막 날 내리는 비를 뚫고 강남 터미널에 다시 와서 표를 끊어놓고 딸래미가 신종플루 확진 받았다고 만나길 염려하는 은행 다니는 친구를 불러내 아랑곳 하지않고 두서없이 소주한잔 하며 얘기 나누다 늦게 돌아오다. 모처럼의 분주하고 긴 이틀이었다. 타임머신 타고 온 기분이다.

서울이라는 곳은 도무지가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모르지. 강남의 천변에서 한가로이 운동하고 고궁을 거닐고 품격에 맞게 치장하고 근사한 전시회를 다니는 처지는 못 되어 봤으니까.

 여전히 내겐 고질병과도 같은 계급의식이 남아있고 그런 처지를 부러워 하지 않으니까.

 

 아자띠~  공사가 다망하시더라도 나랑 좀 놀다가셈. 우리들끼리는 이제 넘 심심해유.

 

 간절히 불러도 외면하더니 이제 좀 컸다고 절반은 경계를 하면서도 내미는 손을 마다 않고  서로 다투어 쪽쪽 빨아댄다. 흰둥이의 여섯 자녀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란다. 좀 있으면 다들 팔려갈 운명이니 니들도

참 불쌍타.  가끔 이 아자띠도 어릴적의 무료하고 지리한 날들이 생각나면 '개같은 내 인생'을 떠 올리곤 해.

 

 미디어법은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지만 발효가 돠얐고 신종플루 기세를 틈타 4대강 사업도 물쓰듯이 돈 질러 진행시키고 세종시 문제도 잘 마무리 되면 이  아자씨가 우리 당나귀한테 맛난 홍당무 잔뜩 줄테니 어디 한번 힘모아 용한번 써보자꾸나. 다들 갱제를 살리면 잠자코 있을 거야. 서둘러 치우친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해.

히히 마르코 아자씨. 띠바 뻥까지 마셈. 나 솥단지에나 넣지 말아요. 나 아프면 팽(烹)하고 코푸실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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