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Mr. Blue Sky

대낮의호롱불 2008. 9. 20. 00:17

Mr. Blue Sky

 

 

   낮더위의 위세가 여간이 아니다. 덩달아 가뭄이다.

영농일지를 뒤적여 보니 지난 8월 중순께 거의 열흘간 비가 오더니 22일 이후 이곳엔 비 소식이 없다.

무, 배추 같은 밭작물은 거의 달포 가량 비를 맞지 않았으니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보기에도 딱하다.  클 때 커야 되는데 대략 열흘안으로 제법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배추가  요새 금값 폭등하듯 금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사가 그렇듯 식물도 제대로 자라기 위해선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어김없이 탈이난다.

이제 하늘만 바라보며 농사짓기엔 하늘의 변덕에 농부의 애간장이 녹는다.

아니, 인간들이 망처 버린 환경의 재앙 탓인지도 모르지.

 

  땡볕속에 며칠 땀흘리며 풀을 베었더니 몸도 제법 뻐근하다

그래도 요 며칠 새 몰라보게 선선한 바람도 간간히 불고 하늘은 더욱 파래졌다.

일하다 말고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우리 나라를 연구한 어느 프랑스  학자가 자기가 고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 가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면  고려 청자, 다산 정약용 선생 그리고 파란 가을 하늘이라고 했다던 말이 생각 난다.

 

  나이가 드는지 시도 때도 없이 멍하니 추억을 일 삼는다.

고교시절 젊은 영어 선생님은 입시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청춘이 가기 전에 잠시 조급함을 멈추고 머리를 들어 하늘도 보고 달도 보고 별도 보라 하셨지. 

봄이 무르익고 신록이 우거지면 하교 길에 학교 옆 동산에 올라 아카시아 냄새에 취해 보라 하셨지. 우리가 살면서 당연히 있을 것만 같은 것들도 느껴 보기에는

그리 많은 기회가 없다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나이 든 엄한 선생님의 물 샐 틈 없는 감시에도 시험시간에 컨닝을 일삼던 친구들도  그 선생님이 감독하는 시험시간에는 그 짓을 아예 포기 했지. 그 선생님은 단지 시험지를 나눠 주고 교탁에 걸터 앉아 TIME지를 보고 있을 뿐인데. 

정작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게다.

 

    늘 일상과 함께 하는 것들을 새삼스런 마음으로 바라다  본다.

 

 

                                                                                              -  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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