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In My Place

대낮의호롱불 2008. 9. 25. 09:54

In My Place

 

 

 

  농사일이 항상 흥미롭고 보람차진 않다. 어쩌면 그 반대가 허다하다.

재배 과정에 결정적인 중요한 몇 몇 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기실 환경 조성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 한다.

원예 농사로 치면 심을 작물을 선정하고 정식일에 역순하여 시설물을 점검하고  토양 분석을 토대로 밑거름 자재를 넣고 경운하고 고랑을 타고 비닐멀칭을하고 정식을 한다. 그리고는 작물이 활착(땅냄새를 맡는다고도 표현함)할 때까지 육체적으로는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 이때부터 농부도 생체 리듬을 작물의 성장에 맞춰가기 시작한다.

포도농사로 치면 금년도 생육 상태, 결실량과 익음 정도, 신초의 세력 및 등숙 상태를 평소 잘 관찰 메모 해 두었다가 동계 전지를 구상하고, 이에 맞게 내년 작형을 감안해 투여할 밑거름 자재와 그 양을 정한다. 그리고 비닐을 완전 피복하기 전에 기비를 넣고 전지 전정을 하여 나무 모양을 다듬는다.

어쩌면 단조롭고 기계적으로 보일 소위 환경 조성은 사전에 충분히 숙고하여 설계하지 않으면 일단 투입된 후로는 좀처럼 바로 잡기가 여의치 않다.

 

   가령 밑거름에 대해  얘기해 본다면, 처음 농사 지을 무렵엔 인근 농가들이 한 해에 밑거름으로 투입하는 자재는 내 농사로 치면  5년분어치는 족히 넘는 축분에다 그것도 모자라 화학비료까지 퍼부었다. 막고 품기식에다 다다익선식이다. 흔히들 곧잘 사람에 비유하여 얘기하곤 하는데 요는 어려서부터 잘 먹여야 제대로 큰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게 넣으면 불안한지 양껏 넣는다. 내가 푸대 거름 몇포씩 깔작거리듯 뿌리면 그러고도 농사가 되느냐고 여기 저기서 비웃었다. 당시 난 그렇게 하니까 농사가 되지요, 소화도 제대로 못 시킬 어린 애들한테 뭘 그리 못먹여서 안달인가요, 크는것 보고 부족하면 다음에 넣지요 했더니 아무도 내 말을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하기야 초심자인 내가 뭘 알겠으며 미덥기나 했겠는가.

 여하튼 땅은 좀 심심해야 한다. 말그대로 과유불급이다. 

근처에 딸기 농사를 많이하는데  내가 지켜본 바로는 예외없이 싱싱한 햇땅도 이렇듯 과투입 농사가 지속되면 길어봐야 3년 내지 5년쯤 뒤에 토양은 성숙토양으로 변하고 이를 정점으로 생산성은 감퇴한다. 더욱이 시설 재배 토양은 자연 강우와 차단되어 거의 용탈이 일어 나지 않고 작물 뿌리가 주로 분포한 표토로 염류가 집적되어 비료가 있어도  작물은 결핍을 호소하는 기현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말이다.

아무리 농사 기술이 는다 한들 땅을 망가뜨리면 말짱 도로묵이다.

위를 보고 농사 지을게 아니라 아래를 보고 농사 지어야 한다.

밑거름 위주의 농사는 식물 생리에도 위배될 뿐더러 많은 비용과 노동력이 필요하고, 특히, 삼요소(질소,인산,칼륨) 위주의 과잉 시비는 작물, 토양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작물의 키높이에 맞춰 남김없이 골고루 적당한 양분이 때에 맞게 흡수 되어야 한다. 게다가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엄연히 존재하는 삶의 본성인 자생력을 어려서부터 과잉 보호로 빼았아 간다면 이건 약탈이지 보살핌이 아니다.

외견상 과거와 달리 화학비료 위주에서 유기물 투여 위주로 많이 전환 되었지만 내가 보기에 천박한 상업주의에 물든 마구잡이식 물량주의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농부가 땅과 작물을 못 믿고 함부로 굴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때로 일의 방향을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는 만큼이나 그 정도를 잘 가늠해 보는 일도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턴가 이 곳은 전 만큼 요란하게 넣지 않는다. 물론 내 영향은 전혀 아니고 다행히도 땅의 신음소리를 농부가 조금씩 알아차린 결과이다.

나 역시도 이런 잔소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항상 염두에 둘 따름이다.

지금 나의 생각 하나 행동 하나가  훗날 작물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궁금하고 두렵기 조차 할 따름이다. 베이징을 나는 나비의 날개짓을 생각하며.

 

  20년 전쯤엔 '무한경쟁'의 시대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니 골이 띵하였다.

 모두가 끝도 모를 경쟁에 내몰리고  대부분은 앙상한 패자로 전락하고 오직 승자만을 위한 불공평하고도 살벌한 세상으로 변하고 있지는 아니한가.

 뉴밀레니엄이 되자 여기저기서 '지속 가능한 사회' (sustainable society)를 얘기한다. 소름이 오싹한다. 사회도, 경제도, 생명도, 지구 생태계도, 농업도, 세상의 모든 것이 존재의 위협에 시달리거나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주위를 둘러 보고 신음하는 그들을 위해 조그만 것부터라도 실천 가능한 것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지.

 나를 위해서 하기가 내키지 않는다면 후세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로라도.

 

                                                                                                -  Cold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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