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재배사진방

마누라 죽이기

대낮의호롱불 2009. 3. 29. 23:44

 

 계속 바빠서 다음으로 미룰까하다 혹시나 하다 지난주에 묘목농원에 뒤늦게 수소문해서  MBA묘목을 받았는데 그간 따뜻하고 나무 심기엔 늦은때라 받아보니 벌써 싹이 터서 최저기온이 영상권이 되면 심기로 하니 닷새를 기다렸다가 오늘에서야 심게 되었다.

 

 연동과 단동사이에 남은 땅(약180㎡)이 내버려 두기엔 아까와 간이비가림시설을 했는데 다시 포도나무 정식. 이번엔 잘 커야 할 텐데. 때맞춰 내릴  비만 기다리기엔 일기변화가 심해 점적호스 4줄 설치.

 

 여분없이 심으려니 좋고 나쁜 묘목 가릴 형편이 못된다.  모두 26주 정식.

 뿌리를 사방으로 골고루 펴서 마치 부채살 모양으로 너무 깊지 않게 심고 가급적 거름은 주지않는 편이 좋다.

 

 생육이 부진한 노스블랙. 열풍기가 돌다 계속 새벽녘에 서서 거의 생사를 넘나드는 임계점을 오락가락하니 회복이 더디기만 하다. 오히려 실제로 동해를 받아 고사된 신초도 상당수 있다. 상대적으로 왕성한 노스레드나 세네카는 큰 탈없이 추위를 극복하고 크고 있다. 어떻게든 살려 볼려고 엽면시비도하고 관주도 해보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못하네. 약한 자에겐 조그만 충격도 상처가 될진대 그대 조심하고 또 조심할지어다.

 

 노스레드 전엽기 상태. 신초 세력이 왕성히 살아나고 있다.

 

 다른 편의 생육이 왕성한 노스레드 상태.

 

 세네카 생육 상태. 유달리 매미충,애노린재 피해가 심해 며칠전 천연 살충제를 한번 뿌려줬다.

오후내내  물주며 혼자서 사잇시간에 눈따기 해주며 다님.

 

 세네카 근접 촬영. 추가로 순고르기를 해야한다. 올해 나무를 안정시키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델라웨어는 현재 약 70-80%가량 개화중이거나 마침. 꽃이 피어 다 지려면 열흘 정도는 더 소요될듯.

아내는 급한 마음에 잠시도 쉴 겨를도 없이 어제부터 신초 유인 시작. 아직 꽃이 피고 있어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상당히 지루하고 인내심을 갖아야 하는 일이다. 엉킨 실을 푸는 걸 짜증내기보단 좋아하는 성격이라 참을성있게 종일 일한다. 나 역시 단동 일을 조금씩 해가며 수일후엔 송이털기를 시작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또다른 일의 시작이다. 오전에 나무심기를 같이하고 오후엔 모처럼 따로 일을 했다.

 

 혹시 시골의 할머니들이 유모차에 기대어 힘겹게 보행하는 모습을 보았는가.

평생을 농삿일로 혹사하여 온 몸이 다 닳고 이제 제 몸하나 추스리지 못해 어렵사리 기구에 기대어 사는 이들이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 흔히들 남자들은 농삿일 관리한답시고 여기저기 한가로이 나돌아 다닐 때가 많지만 아녀자들은 지리하고 힘겨운 단순 노동을 종일 쉼없이 하니 어디 골병이 안들고 배기겠나.

마누라가 죽도록 미우면 당신은 탱자탱자 놀며 농삿일이나 시켜보라.  숫컷들의 승리가 확실하다.

오뉴월 땡볕아래 칠갑산 기슭에서 쭈그리고 콩밭 매는 아낙네들의 땀을 훔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리는 소규모 가족농이다. 누가 뭐래도 둘이서 할만큼만 한다. 농삿일 일체를 같이서 한다.

얼마나 더 벌어보겠다고(그들은 경영마인드 부족이라 말하겠지만) 따로국밥식으로 분업화를 가장해 서로를 못죽여 안달인가. 신성한 노동을 하면서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아이러니를 불러들여서야 되겠는가.

같이 하면 힘든 일도 이내 즐거움이 되고 보람도 얻는다. 일의 과정을 즐겨야 한다.

멸치 한마리도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어야 비로소 멸치를 먹은 것이다. 농삿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일을 마쳐야 비로소 농사짓는다 말할 수 있고 비로소 농부의 자격을 얻는다 여겨진다.

 

 돈을 주고 쾌적한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고상한 일이고 땀흘리며 농사일하는 것은 손만 더럽히는  가치없고 보람없는 일인가. 나 = untouchable ?

아니면 소녀적 감성으로 농부 = 우리를 위해 무~쟈게 열심히 일하는 고마운 사람쯤으로 여겨볼까.자긴 엄두도 못내는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기꺼이 하시는 분들?  맨땅에 헤딩하면서도 꿋꿋이 사시는 분들? 

친구들조차  퇴직하고 나중에 농사 지어 보라면 정색하고 손사래를 칠 눈치다.무슨소리? 작대기로 공이나 치며 이젠 편히 쉬어야지.

내가 그저 친구로서 가엾게 여길 따름인가 보다. 하물며 자길 그 처지가 되라고 말하다니!

한편으로 주위의 어느 농부는 도시의 직장인들을 털도 안뽑고 편히 고기를 통째로 먹는 놈들이란다.  상대방을 이해하기란 이리도 힘든 일이다. 본질을 이해하기란 더더욱 힘이 들겠지.

너 지금 공부 열심히 안하면 나중에 시골 구석에 처박혀 평생 농사 짓는다. 신세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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