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재배사진방

농관원 직원의 습격

대낮의호롱불 2009. 6. 27. 21:29

 

 보시다시피 단동의 포도는 봉두난발이다.

앞서 밝힌대로 전엽기에 냉해를 받아 더욱 엉망이다. 노스블랙은 포도가 몇송이 달리지 않았고 노스레드는 유무핵과가 혼입되어 상품성을 잃은 밀르란다지가 되었고 그나마 조금이나마 기대를 건 세네카마저 대부분이 너슬한 바라포도가 대부분이어서 정상적인 생과용 포장 출하는 포기하고 어떻게든 생산비라도 건저볼까 해서 알음알음으로 포도즙을 내어 팔아볼 참이다. 농사가 안 된것이 창피하기도하여 숨기고도 싶지만 혹여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살필 이가 있을까 싶어 사정없이 까발긴다. 사실 잘된 것보다는 잘못된 것으로부터의 배움이 훨씬 더 많은 법이니까. 블로그를 만든 이상 무대에 나서 투르먼쇼를 자처한 입장에서 뭘 숨길까. 까짓것 확 까고 다 보여 드립니다. 올나잇 까발리어 누드쑈.(그럼 여러분은 혹시 관음증환자?) 어찌 굴어도 교양없고 교만과 독선과  뻔뻔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윗대가리 꼴통들보다는 백배 낫겠지.(너무 왼쪽으로 쏠렸나?)

 

 스케줄상으론 내달 초부터는 수확이 시작되어야지만 대부분이 출하 포기라 급할게 없다. 느긋이 익는대로 포도즙과 일부는 포도주를 담가볼 참이다. 델라웨어 수확하느라 한참 열매가 비대하는데도 출하가 없는 토요일에만 물을 줬더니 열매도 기대만큼 크지 않다. 그제 밤낮으로 물을 주느라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네에 왔는데 지금 바로 포장을 봐야겠단다. 자전거를 쏴 몰고 나가 친절히 안내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걸며 하우스 여기저기를 샅샅이 훑어본다. 오랜만에 느끼는 살벌함이 몸에 전해 온다. 피터 포크는 저리가라다. 다부진 몸매에 잘 정돈된 업무지식과 안경너머로 매같은 눈빛이 여기저기를 쏴붙인다. 거의 무장해제된 기분으로 간간히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는 여기저기 널부러진 통을 열어 냄새도 킁킁 맡아보고 관수자재를 둔 곳을 사정없이 뒤적거린다. 내비뒀다. 지켜보니 한편으로 믿음직스럽기조차 했다. 그는 결국 원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우스 밖으로 나와 땀을 훔치며 땡볕에 그나마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자못 진지하게 친환경농사에 대해 좀더 얘기를 더 나누다가  서로 예의바르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델라웨어는 저농약인증을 밭은터라 사살상 관행농법과 큰 차이를 둘 수 없고 신규 인증은 사실상 금년으로 종료되어 인력도 부족하여 관리감독이 형식적인듯한 인상이었는데 삼색포도 한답시고 무농약인증을 받았더니 제법 감시가 삼엄하다. 그래봐야 시장에 나가면 차이도 없는데...

 

  나머지 아래 사진 부연은 내일쯤에. 다시 하우스 가서 물 틀고 와야 되고 종일 왔다갔다해서 땀 난 것 쪼매 씻고 둔눠야 겠어요. 체력회복 주간이거든요. 굿나잇.

  

 (이어 씀) 헛기침도 하고 자세를 가다듬어 친환경농업에 대해 얘기 해볼까 했지만 칼을 뺐을때 마저 휘둘렀어야했는데 늘어진 테이프를 다시 붙여 노래 듣듯이 말을 이으려니 맥이 풀린다.  오랜 논란끝에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유기재배,무농약재배 농산물로 간소화되어 전환유기는 폐지되고 저농약인증은 농가의 반발로 폐지하려던 입장을 철회하고 금년까지 취득한 농가에 대해서만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인증표기를 허용토록 하였다. 귀 담아 들을 이도 없을 듯해서 간략히 내 생각을 밝히면  선진국처럼 유기농산물과 일반농산물로 분류하는 것이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여기지만  대부분이 저농약농산물인 친환경농산물시장에서 이를 제외하면 급격히 시장히 위축되고 농민과 소비자의 의식이 옛날로의 회귀가 염려되는 우리 실정이 고려되어 궁여지책으로 내린 조치인듯 싶다. 그간 농촌에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은 어떻든지 좋은 일이지만 여전히 내가 아는 한 단위 면적당 이의 살포량은 세계 탑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다.

병든 농산물을 먹는 것보다야 적당히 사용하여 생산된 농산물이  낫고 이보단 이것들이 사용되지 않은 농산물이 또한 이보다 훨씬 더 낫다. 하기사 콩이나 밀과 같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이나 농약 범벅 수입농산물을 일상으로 주식처럼 먹어도 우리 모두 눈 코 입 반듯하게 꿋꿋이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어디 인간만큼 독한 존재가 지상에 또 있을까.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찾아낸 것들중의 하나인 '친환경적' 생산물의 이면에 도사린 악마같은 끊임없는 부의 창출 노력을 과연 고운 눈빛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돈을 더 벌기위해 무늬만 친환경농사를 해서도 안되고 내 아이는 소중하니까 유기농 음식을 먹여야한다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모성애를 자극하여 이기심과 차별성을 부추기는 광고에 현혹되어 돈을 지불해서도 안된다.

 

 옛날엔 우리 모두가 다 그만그만하게 살았다.

지금은 그렇게 사는 것을 부끄럽고 용납 못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무한경쟁에 찌들고 오로지 호주머니에서 돈만 꺼내면 살수 있는 것들이 너무너무 많으니까. 돈을 위해 기꺼이 몸은 물론 옵션으루다 영혼까지도 판다.  한통속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인간의 비극은 비교로부터 시작된다는 니체의 말은 통찰 그 이상이다. 아 참네.  이상하게 꼬여서 마무리가 되네. 음악서비스가 안되어 땀 삐질삐질 흘리며 고군분투 맨몸으로 때우는 제 모습이 역력하시죠? 

날 덥다고 짜증내지 말아요. 우순경처럼 파리잡다 사람잡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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