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사진방

백포도주 만들기

대낮의호롱불 2011. 9. 18. 21:49

 

추석 연휴전 비 갠 늦은 오후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반가운 마음에 한컷.

 

올해로 마지막 수확인 청포도 세네카를 내다 팔고 남은 것을 훑어 따니 80키로쯤 나와서 일부는 우리가 먹고 약 70키로정도로 백포도주 담그기를 다시 시도해본다.

 

추석연휴 전날 포도를 따서 으깨어 통에 담고 고향에 다녀왔는데 며칠이 지나도 발효가 극히 미미해 아차 싶어 되돌아 보니 깜냥에는 포도가 덜 익은 것도 제법 들어가 관능검사로 포도 당도가 16~17도 정도 일것 같아 22브릭스에 맞추느라 설탕을 20리터당(포도35키로분량) 2키로씩 넣었는데 이게 도리어 효모활동을 억제하는듯 해서 서둘러 생수 각 2리터씩 넣어 묽게했더니 얼마 지나지않아 원활하게 발효가 진행된다.

 

백포도주는 1,2차 발효 구분없이 발효시킨다는데 플라스틱통에 1차 발효후 며칠이 지나 맛보니 뒷맛이 단맛이 조금 남아있지만 대략 70~80%는 알콜로 전환된듯하여 찌꺼기를 살짝 제치고 자바라로 생수통으로 옮김.

꺼억, 금새 취하네.

 

당도를 맞추느라 생수 4리터를 더 넣은 탓에 새로 통에 담아보니 약 24리터쯤 된다. 발효액이 많이 탁하다.

 

생수통에 외부유입 공기를 차단하고 통안의 탄산가스를 배출하기위해 에어락을 부착하는데 틈새가 많아 촛농으로 막고 랩으로 단단히 감싸놓은 상태. 1말들이 생수통 2개에 담고 남은 것은 2리터 생수통에 담고 초파리 침입을 막고 탄산가스 배출을 위해 살짝 뚜겅을 덮어놓은 상태.

막상 담고보니 벌컥벌컥 마셔대는 삐루 1000cc먹으려도 한참인데 화이트와인 4만cc라~

친구들아, 대략 크리스마스쯤엔 술이 다 될테니까  빨대만 가져와.

 

1말용 생수통을 비우기위해 작년 이맘때 담근 것(MBA 포도주 약 30키로분량)을 2리터 생수통에 옮기니  15리터쯤 된다.  작년에 세네카로 담은 것은 제대로 포도주가 되지않아 기대를 안했는데 품격은 미흡하지만 그럭저럭 마실만한 포도주가 되었다. 여기저기 조금씩 주고 남은 10리터 가량을 광에다 보관.

유리병에 넣어 눕혀놔야하는데 이번에 담근 백포도주가 제대로 되면 그리할 참이다.

 

옆집 북실이.(벤지같이 생겨 우리가 부르는 이름)

그간 좀처럼 멀리 출타한 적이 없던 옆집 할머니가 이번 장마철에 서울 사는 딸네 다녀온다고 우리에게 개 밥주는 일을 부탁하고 열흘가량 비운 적이 있었다.

우리집 담쪽 철장에 가둬놓고 키운 똥개 잡종 아롱이(생긴 모습과 달리 손주들이 그리 부르더군)는 막상 할머니가 밥주라는 부탁을 못이겨 쇠창살을 열고 주기엔 섬뜩했는데 며칠도 안돼 정이 들어 조석으로 우리를 핥아대며 얼마나 반기던지. 지겹도록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너희들에게 밥을 주러가는 것이 싫지 않았지.

그것도 잠깐 할머니가 오시고 며칠후 집안에 식구들이 가득하고 솥단지에 불지피는 연기가 오르더니 우리를 반기던 아롱이의 낑낑대는 소리는 더이상 오간데 없다.

그날 오후 내가 일하러 간 사이 할머니 딸은 아내에게 수박 몇조각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개장국을 가지고 왔단다. 아내가 못먹는다고 정중히 거절하며 혹시 아롱이?하니  그렇단다.

 Tragedy!  Your mother was crying, your father was crying, and I was crying, too.

그간 건너편 벽에서 서로 짖으며 화답했던 북실이도 식구들이 간 이후로도 한참이나 신음소리조차 없었다.

또다시 이번에도 며칠 서울 다녀온다며 북실이를 맡기고 가신지 한달이 넘도록 안오셔서 우리가 조석으로 밥을 주고있다.

잠 많은 내가 이른 아침이랑 해질녘 일하다말고 북실이에게 밥을 주러 가면 종일 혼자 마당을 넋놓고 바라보는 북실이가 안타까워 모기 뜯겨가며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쓰다듬어 주고 온다. 깡총깡총 뛰며 반기다 냅다 배를 까고 누워 꼬리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오자니 어찌나 안쓰럽던지... 내가 너의 고독을 안다.

북실아, 내가 너의 고독을 아니 너는 더이상 외롭지 않다. 그리고 아줌마, 아저씨 오늘 저녁 조기 구워먹었다. 특별식을 기대하며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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