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여럿이 하는 것으로 카페도 있고 클럽도 있지만 블로그라고 꼭 1인 미디어일 필요는 있나. '바깥'에서 '나의 이야기'를 쓰니 '안'에서 나는 '나도 한마디'를 이제부터 써보려 한다. 차고 넘치는 인터넷 글무리속에다 쓰레기 한덩어리를 더 얹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집으로 이사오기전 앞집에 살때 주인 할머니께서 삶에 애착이 많으신 분이었다. 우리가 처음 이사와서 그해 가을 감이 열렸는데 대처 자식네 다녀오실때 감갯수를 세고 가시는 것을 보고 알았다. 나는 변비때문에 그때만해도 단감아니고는 잘 먹지도 않았고 '바깥'은 소위 말하는 감나무집 자식이라 - 마당에 감나무가 7그룬가가 있었단다 - 감은 그냥 나무에 달려있는 주황색 물체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 감을 그 후 거의 10년 가까이 우리가 땄고 깍아 홍시 만드는 것 도와드렸다. 그러고는 마당 뒷쪽 맛있는 장동감은 꼭 아들이 내려올때 따게한다고 남 손 타는 것만 따달라 하시고 못 따게 하셨다. 맞아 꼭 감을 담넘어간 것부터 땄다. 할머니 돌아가실때 워낙 복많게 돌아가셔서 삶의 애착과 욕심이 삶을 이어가는 끈이 되나 싶기도 했다.
2년전 여기로 이사와서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것은 지나다니면서 보아 알았지만 작년에 감이 하나도 열리지 않아 모르고 넘어갔는데 올해 감이 열리는 것을 보고 감나무가 3그루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혹시 주인이 따러 올까봐 처음에는 툭툭 떨어질때까지 두었다가 올것 같지도 않아 한 두개식 따먹기 시작했다. 원래 과일나무 가지가 담넘어 간것은 넘어간 사람에게 소유가 있으니 우리는 우리 마당안 것만 따먹고 넘어간것은 그냥 두었다. 지난 주말 혼자 집에서 조용히 책읽고 있는데 부시럭부시럭하는 담 뜯어지는 소리(옆집이랑 이집 주인이 친척간이라 담 한쪽을 뚫어 놓고 지냈음)가 나더니 옆집 할머니와 다니러 온 아들이 건너와 우리집 마당에서 자기네 감을 따고 있었다. 그순간 아는체 하면 무안하실까봐 그냥 기척 없이 있었는데 그냥 익은것만 따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나가보니 우리 마당으로 넘어 온것만 모조리 다 따고 옆집 할머니 마당쪽에 있는 익은 것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것을 본 순간 어찌나 황당하던지. 이 할머니도 전에 같이 살던 할머니랑 막상막하네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시골로 이사와서 느낀것 중 한가지가 시골사람들 절대 순수, 순박하지 않고 정말 욕심많고 계산적이란 사실이다. 근데 가만 보면 자식이란 존재가 사람에게 욕심을 품게 하는 한가지 요소라는 거다. 그건 그렇고 '바깥'이 허리가 아픈데도 병원 가기싫다는 것을 계속 타박만 하고 있었는데 동네 아주머니께서 병원물리치료실에서 침 3방 맞고 완치됐다는 얘기를 듣고 침맞고 온다고 그 병원 다녀오더니 디스크초기라고 해서 걱정이다.